[아시아경제 김재원 인턴기자] 2일 옥시레킷벤키저(옥시)가 가습기 살균제 사고 5년 만에 기자회견을 열어 공식입장을 밝히며 피해자들에게 사과했다. 피해자 측은 그러나 면피용 사과는 거부하겠다며 같은 날 옥시 영국본사 임원 8명을 고발키로 했다.
아타울 라시드 사프달 옥시 대표이사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3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 살균제로 인해 폐 손상을 입으신 피해자들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머리 숙여 사과를 드린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사프달 대표이사는 이어 피해자들에게 포괄적인 보상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피해자들은 "사과는 이른바 쇼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모임(가피모)는 “지난 5년 피해자들의 한 맺힌 눈물을 외면하다 검찰수사가 진행되는 시점에 내놓는 ‘기자간담회’ 형식의 사과를 피해자들은 거부한다”고 맞불을 놨다.
피해자들은 그간 옥시의 행동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들은 “옥시가 그동안 사회적 책임은 외면한 채 회사 법인을 해산하고 사명을 2번씩이나 변경하며 온갖 거짓과 위선으로 사건을 은폐 축소하며 피해자들을 기만했다”면서 “옥시의 자진 철수와 우리 사회에서 퇴출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검찰 수사 면피용 형식적인 사과가 아닌,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명백한 우리 잘못이다’라며 납득할만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가피모와 환경보건시민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등은 이날 낮 서초동 법원삼거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옥시 영국본사의 최고경영자인 라케쉬 카푸어 등 이사진 8명을 살인·살인교사·증거은닉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피해자 측은 “옥시가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닌(PHMG)을 넣은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 및 판매한 데 대해 본사에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 “1988년부터 유럽연합에서 시행된 바이오사이드 안전관리 제도를 왜 한국에서는 적용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이중잣대 문제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김재원 인턴기자 iamjaewon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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