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경호의 대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람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사람이 아닌 가치있는 물건에 대한 경호 역시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소장가치가 높은 트로피나 유명 미술품, 값비싼 물건 등 경호의 대상은 갈수록 넓어지고 다양해지는 추세다.
지난 19일 세계 4대 메이저 테니스대회인 프랑스오픈의 '롤랑가로스(Roland-Garros)의 트로피'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한국을 찾았다. 125년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롤랑가로스 트로피를 가장 먼저 맞이한 것은 국내 한 보안업체의 전문 경호팀이었다.
트로피가 공항 게이트를 나온 순간부터 트로피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피는 경호팀의 철통 경호 덕분에, 트로피는 6일간의 한국 방문 일정을 무사히 마치고 해외로 출국할 수 있었다.
이번 롤랑가로스 트로피 투어의 국내 공식보안기업은 ADT캡스이다. ADT캡스는 국내 보안업체 중 유일하게 전문 경호팀을 운영하고 있다. 88올림픽 이후 지난 28년 동안 국내외 유명인사의 신변경호를 비롯해 호송경비, 시설경비 등 최고 수준의 경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 회사는 실제로 2002년 FIFA월드컵 트로피를 비롯해 유명 미술품, 글로벌 기업 A사의 최신 스마트폰, 영국의 2층 버스 등 수많은 해외 귀중품의 경호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롤랑가로스 트로피는 가는 곳마다 국내 테니스 팬과 취재진이 몰려 경호하기가 까다로운 상황이었다. 트로피 투어라는 행사의 성격상 남대문, 남산한옥마을, 종묘, 청계천, 석촌호수 등 한국을 대표하는 명소들을 도는 과정에서 트로피의 안전은 물론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안전까지 챙겨야 했다. 또한 각 명소들의 이동 간에는 특수금고차량을 이용해 호송이 이루어졌다.
이번 경호 임무를 진두지휘한 ADT캡스 이용주 경호팀장은 “실제로 테니스 마니아 한 분이 트로피를 딱 한번만 직접 만져보면 안되냐고 계속 부탁한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한 번 가이드라인이 무너지면 트로피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 있어서 조심스럽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며 당시 경호 상황을 전했다.
이 팀장은 “공항에서 트로피가 입국할 때 트로피를 맞이하기 위해 배치돼 있던 경호원들의 차림을 보곤 외국인 관광객들이 다가와 함께 기념 촬영을 권하기도 했다”며 “드라마 태양의 후예 인기 덕에 ADT캡스의 경호원들도 롤랑가로스 트로피와 함께 잠시나마 세계적인 스타덤에 올랐던 뜻 깊은 경호였다”고 했다.
이 회사 경호팀은 2013년 영국에서 2층 버스가 국내에 들어왔을 때 호송을 맡기도 했다. 이 2층 버스는 4m 20cm의 높이 때문에 우리나라 교통상황과는 맞지 않았다. 그래서 ADT캡스 경호팀은 직접 자를 들고 버스가 입항하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육교, 신호등, 도로이정표 등의 높이를 일일이 재가며 이동 경로를 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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