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시급한 구조조정 채찍질하는데
현대重 노조는 상경 투쟁 불사…구조조정 반발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혜민 기자] 경기지표와 체감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는 것과 달리 조선과 해운업종에서 시작된 기업 구조조정이 노사 간 입장 차와 노조의 반발로 난항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마른수건을 쥐어짜야 나올 게 없다"는 고민과 함께 일감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노측은 "우리만 피해 볼 순 없다"며 구조조정 반대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사측, 정부 눈치에 채권단ㆍ임원ㆍ노조달래기…영업현장도 분주= 현대중공업이 전체 임원의 4분의 1인 60여명을 줄이겠다고 한 이후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29일부터 추가 인력감축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각 사 경영진과 인사담당자들은 추가 감축의 폭과 대상을 놓고 고민이 크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미 지난해 56명이던 임원의 30%인 13명이 옷을 벗어 43명으로 줄었다. 삼성중공업도 112명이던 임원이 83명으로 약 30명이 감소했다. 조선 3사에서 1년 새 그만두는 임원이 150여명에 이르지만 채권단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서는 더 줄여야 한다. 조선 3사는 임원진에 이어 간부급과 일반 사무직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생산직은 노사 간에 협의를 통해 감원대상과 규모를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조선 3사 경영진은 안으로는 구조조정에 고민하면서도 밖으로는 신규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현재는 1년치 일감은 확보된 상태지만 1분기 중 신규 수주는 전무하고 발주물량 자체도 없는 상태다. 수주가뭄이 계속되면 생산직과 협력사의 대량 감원이 불가피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경영여건과 시장악화 등에 따라 발주처로부터 수주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계약해지되기도 했다. 대우조선은 이란 해양플랜트 수주를 추진하고 미국 록히드마틴과 방위산업분야 협력에 나서는 잰걸음을 하고 있다.
조선 3사 최고경영자들은 내달 2~5일 미국 휴스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해양플랜트기자재박람회(OTC)를 비롯해 주요국에서 열리는 선박 관련 박람회 참가와 해외 바이어와의 미팅 등을 통해 수주절벽에서 탈출해 경영을 정상화하고 인력구조조정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노조, 왜 우리만 희생하냐…상경투쟁 등 반발=인력 구조조정의 다음 목적지가 생산직으로 향하자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지만 투쟁일변도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 3사 노조는 채권단의 요구를 받아들여 이미 적지 않은 구조조정이 진행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희생은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노조는 구조조정 반대를 위해 이날 상경해 서울역에서 시민 선전전과 거리 시위 등을 벌이고 내달 2일부터는 부서별 출근 투쟁도 갖는다. 내달 4일에는 울산 조선소에서 올해 임단협 투쟁 출정식을 하고 임금 9만6712원 인상 등을 사측에 요구할 방침이다. 대우조선노조는 "지난해 채권단의 자금지원을 위해 경영정상화 때까지 임금을 동결하고 2019년까지 순차적으로 3000여명을 감축하는 내용의 확약서를 냈다"면서 "추가적인 요구는 무리"라고 반발했다. 조선 3사 노조와 함께 민주노총 금속노조와 조선노동자연대가 구조조정 반대와 인원 감축에 맞서 총파업을 불사하겠다고 경고한 상태다.
그러나 구조조정의 반대만을 위한 반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선 3사 노조원 사이에서는 "노사가 합심해 구조조정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 현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될 상황에서 극단적 대립과 갈등은 노사 어느 하나 승자 없는 제로섬게임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많다. 일부 노조원은 고액의 임금을 받으면서도 생산성이 떨어지는 노조집행부와 생산직 조장, 반장 등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늘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경영진의 책임이 더 크다는 데 동의하지만 결국 현재의 위기는 노사가 같이 만들었고 이를 회복시키는 것도 노사 공동의 몫"이라며 "노조가 처우개선만 요구하는 집단이 아닌 만큼 사측과의 타협선을 잘 찾아 뼈를 깎는 노력에 화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asiae.co.kr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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