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양파 등 작년보다 2~3배 올라…식당주인들 반찬 수 줄이고 재료 변경 고육지책
[아시아경제 이현주 기자, 기하영·문제원 수습기자]"배추, 양파, 무 같은 기본 반찬 채소들 가격이 많이 올랐어요. 수지 맞추려고 반찬 수를 줄이고 싶어도 손님 떨어질까 못 줄입니다."
채솟값이 평년에 비해 많이 오른 탓에 일반음식점 업주들이 전전긍긍 하고 있다. 고육지책으로 다른 채소로 반찬을 대체하거나 반찬 수를 줄이면 손님이 떨어질까 걱정인 것이다.
27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26일 기준 배추(1㎏)는 도매가격 기준으로 평균 1520원을 기록했다. 1년 전 가격인 520원에 비해 3배 가까이 올랐으며 평년(803원)과 견줘 볼 때도 2배 정도 비싸다. 양파(20㎏)도 도매가격 기준 평균 2만1400원으로 1년 전 1만100원과 비교해 볼 때 2배나 올랐다. 무(20㎏)의 경우 1만8600원에 거래돼 1년 전(9300원) 가격보다 2배 높았다.
가격이 오른 채소 대부분이 반찬을 만드는데 쓰는 재료들이라 음식점 업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만약 반찬 수를 줄이게 되면 다른 식당과 비교가 될까 우려했다. 서울 중구에서 영업 중인 A식당 주인은 "물가가 너무 올라서 수지가 안 맞는다"며 "반찬 수를 줄이고 싶지만 손님이 떨어질까 줄이지 못한다"고 말했다. B식당 주인은 "백반집이라 메뉴 변경도 쉽지 않고 반찬가짓수도 줄이기 힘들다"며 "손님들이 금세 알기 때문에 반찬 변경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일부 음식점에선 기존에 내놓는 반찬 대신 다른 반찬을 선보인다. 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원래 쓰던 채소로 반찬을 만들면 수지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북창동 음식거리에 위치한 C식당은 감자조림 반찬을 내는 횟수를 줄였다. C식당 관계자는 "2만원하던 게 3만원씩 하니까 장사하는 입장에서 부담스럽다"며 "채솟값은 날마다 변동이 심하다"고 말했다. 한 토속음식점은 오른 채소가 들어가는 반찬을 빼고 작년보다 가격이 소폭 내린 시금치 등 푸른 채소 반찬을 내놓고 있다. 시금치(4㎏)의 경우 26일 기준 도매가격이 9400원으로 평년(97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며 1년 전(1만3850원)보다 가격이 소폭 하락했다. D식당 주인은 "아무래도 가격이 오른 채소는 덜 쓰게 된다"고 덧붙였다.
기존에 제공되던 반찬과는 다른 반찬이 나오고 반찬 수도 줄면서 야박한 밥상인심을 타박하는 손님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이재민(30)씨는 "식당 주인들이 손해 보지 않으려고 수를 쓰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가격을 올리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더 부실해진 반찬을 같은 돈 내고 먹자니 찜찜하다"고 말했다.
업주들은 오른 채소 가격도 문제지만 경기가 어려워 전반적으로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식당을 찾는 발걸음이 최근 많이 줄었다고 했다. 한 식당 주인은 "장사도 잘 안 되는데 채솟값까지 너무 힘들다"며 "선거 끝나면 장사가 좀 잘 될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때보다 더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기하영 수습기자 hykii@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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