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아라 인턴기자]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으로 국내에서 100여명의 사망자를 낸 옥시레킷벤키저(현 RB코리아, 이하 옥시)가 가습기 살균제가 임신부와 태아에게 유해하다는 실험결과를 알고서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KBS에 따르면 지난 2011년 11월 서울대 수의과대학 연구팀은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시킨 임신한 쥐에 대한 실험 결과를 옥시 측에 제출했다.
연구팀이 임신한 쥐 15마리를 가습기 살균제에 노출시킨 결과, 13마리의 새끼들이 뱃속에서 죽었다. 죽은 새끼 쥐의 피부에서는 기형 가능성을 보여주는 까만 점도 발견됐다.
가습기 살균제가 임신부나 태아에게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실험결과였다. 실제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 가운데는 임신부와 태아, 아기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대 보고서는 옥시의 가습기 살균제에 생식독성이 존재하며 추가 실험이 필요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옥시는 지난 2014년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이 실험 결과를 빼버렸다.
대신 옥시는 2012년 4월 임신하지 않은 쥐들을 상대로 실시한 서울대의 2차 실험 결과를 근거로 정부의 역학조사를 믿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2차 보고서에서도 심장 등 다른 장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서울대 연구팀의 경고가 있었지만 옥시는 폐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연구를 담당했던 서울대 교수는 명백한 독성이 입증됐는데도 옥시측이 유리한 결과만을 제출했다고 검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아라 인턴기자 joara@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