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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 다카하시 데쓰오, 미스터리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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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석의 책과 저자] 다카하시 데쓰오, 미스터리의 사회학 다카하시 데쓰오, 미스터리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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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다카하시 데쓰오(高橋哲雄)는 '미스터리의 사회학'의 한국어판 서문에서 이런 의문을 제시한다. 서양의 문학 대국인 독일과 아일랜드에서는 왜 좋은 미스터리 작품이 나오지 않았을까? 그는 자신의 의문을 비교문화적 문제의식으로 규정하고 사회과학적인 방법으로 풀 방법은 없을지 모색한다. 좋은 미스터리 작품의 결핍 내지 빈곤은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서점에 가보면 서양의 고전 미스터리가 아니면 대개 일본 작가들의 책이 서가를 점령하고 있다.


다카하시는 영국의 고전 미스터리가 세계에서 최초로 뿌리내린 근대시민사회의 산물이라는 점을 밝힌다. 영국의 고전 미스터리는 (근대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여가의 산물로서 경제적 발전을 동반했다는 것이다. 그는 미스터리와 스포츠에서 다양한 유사성을 발견한다. '룰'이 있다는 점도 그중에 하나다. 또한 미스터리 장르는 다양한 문화 환경의 영향을 받은 결과 미국에서는 하드보일드로, 일본에서는 사회파나 변격추리소설 같은 형태로 지류를 형성한다.

다카하시는 '이데올로기'라는 제목을 붙인 제2부를 시작하면서 카타르시스에 대해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학'의 6장에 이렇게 썼다. "비극은 (중략) 연민과 공포를 환기시키는 사건에 의하여 바로 이러한 감정의 카타르시스를 행한다." 연민은 고의가 아닌 잘못으로 비극적인 패배를 맞는 주인공에 대한 동정, 공포는 비극적 결과의 냉혹함에 대한 몸서리다. 카타르시스는 아놀드 하우저에 따르면 '정신적 자유'이고, 감정의 해방이다. 미스터리 장르를 연민과 공포를 거쳐 카타르시스로 연결하는 솜씨!


그런데 미스터리는 스릴러나 서스펜스라는 흡사하거나 연관된 개념과 뒤섞여 이해하기 어렵게 만든다. 포털에 글을 쓰는 작가 김세윤은 네이선 브랜스포드를 인용해 말한다. "미스터리는 범인이 누구인지 마지막 페이지에서 알 수 있다. 하지만 스릴러는 범인이 누구인지 첫 페이지에서 알 수 있다. 서스펜스도 범인의 정체를 첫 페이지에서 간파하는 건 스릴러와 같다." 다음은 알프레드 히치콕의 설명.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방에 들어간다. 갑자기 폭탄이 터져 모두 죽는다. 이럴 경우 관객은 단지 놀랄(surprise) 뿐이다. 그러나 나는 네 사람이 포커를 하러 들어가기 전에 한 남자가 포커판 밑에 폭탄을 장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네 사람이 포커를 하는 동안 시한폭탄의 초침은 폭발시간에 다가간다. 폭탄이 터지기 직전에 포커를 끝내고 일어서는데 한 사람이 말한다. '차나 한 잔 하지.' 이 때 관객이 느끼는 감정이 서스펜스(suspense)다."


나는 다카하시의 책을 발견하자마자 서둘러 손에 넣었다. 그리고 이틀에 걸쳐 읽었다. 그러는 동안 온갖 잡념이 브라운 운동을 하는 연기 입자처럼 머릿속을 부유했다. 주로 추억과 관계가 있는 이 잡념들은 '미스터리의 사회학'의 행간에 스며들었다. 다카하시는 글을 미스터리 작가만큼이나 재미있게 쓴다.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때처럼, 일본어에 능통하지 못함을 한탄했다.


내가 어릴 때, 여름이면 극장에서 '공포영화'를 상영했다. 소복을 입고 산발한 처녀가 등장했다. 처녀는 한밤에 산속에 있는 무덤을 열고 나왔다(산길을 내려올 때는 비틀거리며 발밑을 조심했다). 소복과 긴 생머리는 공포감을 극대화하는 장치였다. 1960~1970년대의 골목에서는 어머니들이 딸들을 야단쳤다. "미친×처럼, 귀신처럼 머리는 풀어 헤치고…!" 맞다, 처녀 귀신들은 살짝, 아니면 심하게 미친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리 무서워도 궁금증은 남았다. 어쩌다 저리 됐을까? 끝까지 보면 답이 나왔다.


요즘은 옛날식 공포영화를 보기 어렵다. 최근 영화들은 폭력과 선정과 공포를 버무린 '토털 패키지'다. 오로지 공포만을 강요하는 영화는 관객을 지치게 만든다. 그뿐 아니라 지루하다. 그래도 밤길을 걸을 때 문득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흠칫 몸을 떤다면, 표 값이 아깝지 않다. 나는 산발한 처녀 때문에 자주 밤길이 두려웠다. 어린 날의 그 처녀는 내가 사춘기를 맞을 무렵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났다. 긴 생머리를 휘날리며. 나도 곧 처녀를 잊고 새 여인과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영국의 세인트 메리 미드에 산다. 1971년에 현역에서 은퇴했으니 나이는 좀 많다. 이름은 제인 마플, 오빠는 에르큘 포와로고 어머니는 … 그렇다, 애거서 크리스티다. 마플은 탐정 포와로처럼 베스트셀러 작가 크리스티가 창조한 인물이다. 크리스티의 장편 열두 작품에 등장한다. 첫 작품은 '목사관의 살인(1930년)', 마지막 작품은 '네메시스(1971)'다. 옅은 파랑색 눈동자, 다정하고 친절한 눈빛으로 주위를 살피며 늘 뜨개질을 한다.


마플은 뛰어난 기억력과 관찰력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아마추어' 탐정이다. 뇌리를 스쳐가는 기억들을 되살려 사건의 진실을 추출해 낸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능력이 남다르다. 미스터리의 세계에는 수많은 스타가 있다. 셜록 홈스(코난 도일), 매그레 반장(조르주 심농), 구석의 노인(배러니스 오르치), 프렌치 경감(프리먼 윌스 크로프츠)…. 그들은 명석한 두뇌와 남다른 안목으로 세상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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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플이 나오는 드라마 연작이 있다. 제럴딘 매큐언이 마플 역을 맡았다. 매큐언은 시즌 1부터 3까지, 열두 편에 출연한다. 애호가들은 누가 마플 역을 가장 잘해 냈는지를 놓고 갑론을박한다. 나는 매큐언에게 한 표 주겠다. 글을 쓰거나 공부하다 지칠 때, 나는 미스터리 소설을 집어 든다. 사건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면 마플, 아니 매큐언과 함께 걷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매큐언은 지난해 2월1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아름다운 미소는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다. huhball@



<미스터리의 사회학/다카하시 데쓰오 지음/고려대 일본추리소설연구회 옮김/역락/3만원>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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