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이적표현물 반포 혐의는 무죄…"국가존립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으로 보기 어려워"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인터넷에서 북한을 찬양하는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목사가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용덕)는 국가보안법 위반(찬양·고무 등) 혐의로 기소된 목사 박모씨에게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경남 양산의 교회 목사인 박씨는 2010년 5월 북한을 미화, 찬양하는 모임인 인터넷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에 가입해 운영자인 황모씨의 글을 탐독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황씨 지시에 따라 김일성 3부자를 찬양하는 시를 게재하고 다른 사이트 블로그 등을 통해 이적표현물을 게시한 혐의도 받았다. 박씨는 블로그에 김정은과 김일성의 외모가 매우 닮았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리고, 김일성에 관한 자신의 평가를 댓글로 게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은 "(황씨의) 글을 옮겨 게재하거나 댓글을 다는 행위 또는 북한의 찬양가 등의 링크를 걸어두는 정도였고, 이러한 인터넷 관련 행위 외에 이를 실현하고자 하는 활동을 한 바 없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인터넷 블로그 등을 통해 이적표현물을 반포하고 소지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가 선고됐다. 1심은 "북한 수뇌부에 관한 우호적 표현이라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우리나라에 적대적인 그들의 행적, 의도 등에 관한 것이 아니라면, 이를 두고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공격적인 표현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검찰은 "이 사건 표현물은 그 내용이 국가의 존립·안전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것임에도 원심판결이 무죄부분에 관하여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판시한 것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항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각 표현물이 전체적인 내용상 국가의 존립 등을 위협하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표현물로서 국가의 존립 등에 실질적 위해를 끼칠 명백한 위험성 있는 표현물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무죄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유죄 부분 제외)에 대하여 범죄의 증거가 없음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제1심판결을 그대로 유지한 것은 정당하다"면서 집행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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