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여명 추모객, 희생자 뜻하는 304개 꽃만장·인형탈과 함께 행진
[아시아경제(안산)=문제원 수습기자] 잔인했던 2년 전 그날이 다시 돌아왔지만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은 외롭지 않았다. 궂은 날씨 속에서도 16일 경기도 안산 합동분향소는 세월호 희생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전국에서 몰린 추모객들로 가득 찼다.
추모객들은 오전 10시부터 시작한 '세월호 참사 2년 기억식'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한 후 오후 2시부터 '416걷기 진실을 향한 걸음'에 참가했다.
사전 접수를 한 2000명을 비롯해 현장 접수 인원 1000여명 등 3000여명(주최 측 추산)이 함께 한 행진은 합동분향소 정문에서 시작해 단원고등학교와 서울프라자를 거쳐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으로 이어졌다. 약 200m 정도의 행진 거리는 추모객들의 발걸음으로 채워졌다.
참여자들은 9개의 거대 인형 및 각각 304개의 꽃만장과 인형탈을 나눠들고 걸었다. 탈과 꽃만장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304명을 뜻한다. 거대 인형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미수습자들의 형상을 본 따 만들었다. 꽃만장은 희생된 아이들이 꽃으로 피어나길 희망하는 마음을 담아 유가족들이 직접 만들었다. 인형탈은 전국의 세월호 2주기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보내줬다.
꽃만장을 들고 행진하던 이성미(여·34)씨는 "사고가 난 첫날부터 지켜봤지만 진실규명을 비롯해 2년 동안 달라진 게 거의 없다"며 " 빨리 세월호가 인양되고 미수습자도 가족 품으로 돌아가 제대로 추모할 수 있길 바란다"고 했다.
세월호 추모식에 참여하게 위해 전국에서 모였다. 광주에서 왔다는 박하경(17)양은 "안타까운 마음도 있고 어떻게든 유가족들을 도와주고 싶은 생각에 왔다"며 "분향소에서 나와 비슷한 나이대의 학생들 영정사진을 봤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심규보(20)씨는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과 동갑이다. 올해 대학생이 된 그는 "또래가 희생된 세월호 참사 2주기 행사에 대학생으로서 당연히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오늘 수많은 추모객들이 온 걸 보고 아직 잊히지 않았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다"고 했다.
유가족들도 걷기 행진에 함께 했다. 희생된 단원고 학생 '재욱 엄마' 홍영미씨는 미수습자 9명의 이름이 적힌 옷을 입고 걸었다. 그는 "이 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고 마음을 담아 이곳까지 오셨다"며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밝혀지길 바라는 민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예슬이 엄마' 노현희씨는 딸 그리고 아이들 친할머니와 함께 걸었다. 노씨는 "그냥 쓰리고 아프다 특히 이런 날은 더하다"며 "참여해주신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1시간30분 가량 진행된 걷기 행사가 끝난 후 4시부터는 화랑유원지 대공연장에서 추모문화제 '봄을 열다' 행사가 이어졌다. 304명의 북소리 공연으로 시작한 행사는 공연장을 가득 메울 만큼 많은 추모객들이 함께했다.
오후 4시부터 빗방울이 굵어지기 시작했지만 주최 측에서 나눠준 노란 우비를 입은 3000여명의 추모객들은 끝까지 함께했다.
유경근 4·16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무대에 올라 "비가 왜 안오나 했는데 어김없이 비가 내린다"며 "몇몇 사람들은 비가 오면 아이들의 눈물이라고 얘기한다"고 했다. 그는 "아이들의 외침과 절규를 바꿔줄 수 있는 우리들이 됐으면 좋겠다. 그날까지 우리 가족들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했다. 그는 "서로 격려하고 기억하며 참사의 진실이 드러나는 그 순간 모두가 증인이 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추모제에서는 사고 당시 단원고 3학년 학생이었던 양유진씨가 보컬로 있는 '기억밴드'가 나와 공연을 하기도 했다. 두번째 곡인 윤도현 밴드의 '흰수염고래'를 부를 땐 몇몇 시민들이 따라 불렀다.
또 전국에서 모인 304명의 합창단이 무대에 올라 세월호 희생자를 기리는 '잊지 않을게' 노래도 불렀다. 이때 눈물을 흘리는 추모객들도 있었다. 추모제는 오후 5시께 마무리됐다.
한편, 안산에서 예정된 추모제를 마친 유가족과 시민들은 오후 7시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범국민추모문화제에 참석하기 위해 버스 10여대에 나눠 타고 이동한다.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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