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김민영 수습기자, 문제원 수습기자]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9일 오후 서울 4개 코스에서 '기억과 약속 동서남북 4ㆍ16걷기' 행진이 열렸다. 경찰 추산 2000여명이 참가한 이날 행사에서 유가족들과 참가자들은 '진실에 투표하라'며 오는 4.13. 선거에서 세월호 진상 규명에 방해한 정치인들을 심판해달라고 호소했다.
▲"총선때 세월호 진실에 투표하자"
참가자들은 '세월호 진실에 투표하라'고 적힌 피켓을 몸에 붙이거나 손에 들고 있어 관심을 모았다. 4.16연대는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진상규명을 방해했거나, 허위사실과 막말을 유포했거나, 직간접적인 책임이 있는 후보자 19명을 낙선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게 아니더라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대응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이번 총선에서 중요한 선택의 기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 "2년간 한 발짝도 못 나가"
용산역~서울역~광화문 코스에 합류한 단원고 2학년 2반 희생자 남지현양 언니 남서현씨는 대열 앞 방송차에서 시민들에게 세월호 진상 규명에 끝까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해 관심을 모았다. 남씨는 "시민 여러분 그리고 전교조 선생님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잊지 않고 행동해 주셔서 감사드린다"며 "가족들에게 지난 2년은 무의미하다. 정부는 가족들이 그날에서 단 한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이 필요하다. 특별법 개정 그날까지 가족들과 끝까지 함께 해주시기 바란다"며 "사고 이전 이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사고 전에 저는 유명 인사와 정치인들 존경했지만, 이제 세상에서 가장 존경 사람은 저의 부모님과 여기계신 시민 여러분"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마주친 유세단 "힘내라" 응원
홍대앞~신촌~광화문 코스 행진은 오후 3시쯤 출발할 때는 50명에 그쳤지만 이날 오후 4시30분 참석자들은 약 200명(경찰 추산)까지 늘었다. 민주노총과 전국철도노동조합, 사회진보연대 등이 참여하면서 처음 2개로 시작했던 대형 깃발은 10개가 넘었다. 행진 중 국회의원 선거유세단과 만나기도 했다. 녹색당 김영준 후보는 "지역구는 아니지만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다"며 "진심으로 응원한다. 끝까지 함께 하겠다"고 했다. 행진 참석자들은 지나가며 "녹색당 화이팅"이라고 외쳤고 유세단원들도 풍선을 흔들며 "힘내세요"라고 말했다. 신촌로 시청방향 인도로 걸어가는 행진 옆으로 승합차가 천천히 따라오며 음악을 틀었다. 승합차 대형스피커에선 "잊지않을게"라는 가사의 구슬픈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다양한 사람들 참여
행진에는 노조원 뿐만 아니라 유치원생 딸과 함께 행진에 참가한 부부도 있었다. 부부는 양쪽에서 딸의 손을 꼭 붙잡고 묵묵히 걸었다. 딸은 이런 광경이 신기한듯 연신 두리번거렸다.
행진이 길어지면서 뒤쳐지는 사람도 나왔다. 우연히 행진하는 모습을 보고 따라왔다는 양모(58)씨는 "마음이 아파 동산가는 마음으로 따라왔는데 생각보다 힘들다"며 "늦더라도 앉았다 걷다 반복하며 걷겠다"고 했다. 서대문역에 이르러선 계속되는 행진에 화장실이 급한 10여명의 사람들이 빌딩으로 뛰어 들어갔다 나오기도 했다.행진 참석자 중엔 커플도 종종 보였다. 이들은 각각 머리카락과 가방에 노란리본을 동여매고 행진을 함께했다. 친구와 함께 행진에 참여한 정서윤(35)씨는 "세월호 유가족을 위한 정기 후원을 1년째 하고 있는데 메일이 와서 행사가 있다는 걸 알고 참석하게 됐다"며 "오늘 생각보다 참석자가 적은데 사람들 관심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 같아 슬프다"고 말했다. 정씨는 "오늘 끝까지 남아 유가족과 함께 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들 반응
행렬을 지켜보는 시민들은 일상 속에 잊혀져 가던 세월호 참사를 떠올리며 숙연한 반응을 보였다. 많은 시민들이 행진 대열을 보고 "벌써 2년이나 됐어?"라며 놀라는 모습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외출 중이던 한 시민은 질문하는 아이에게 "옛날에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이 안타깝게 죽어서 이 사람들이 나온거야"라고 설명해주기도 했다. 참가자로부터 노란리본을 건네받은 김주영(28)씨는 "평소 세월호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방금 '영인이(희생된 단원고 학생)를 꼭 찾아서 따뜻하게 앉아보고 싶다'라고 적힌 피켓을 보고 아이들이 생각 나 눈물이 났다"며 "내일 지인들에 주려고 노란리본을 잔뜩 받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상인이나 운전자들은 음악을 틀고 도로를 가득 메워 걷는 행진을 보고 장사ㆍ교통을 방해한다며 눈살을 찌푸리기도 했다. 한 60대 남성은 노란리본을 건네자 "대통령이 뭐가 문제야"라며 욕을 하고 화를 내기도 했다.
▲교사들 "세월호 잊지 않겠다"
이날 용산역 코스에서 가장 눈에 띈 것은 전날 안산 합동분향소를 떠나 용산역까지 도보 행진을 하고 하룻밤을 쉰 뒤 다시 행진에 합류한 전교조 선생님들이었다. 이들은 '세월호를 기억하는 교사들 모임' 소속 회원들이었다. 박미화 선생님(경기도 광명시 광휘고)은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과 선생님들에 대한 미안함과 죄책감에 오늘 이 걷기에 참석하게 됐다. 시간이 지나도 문제가 해결 안되고 있기에 그냥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교사들은 "특조위는 이름뿐이었다. 정권의 끝없는 방해공작에 진실은 묻히고 있다. 청문회를 했지만 진실은 더욱더 어둠 속으로 들어 갔다"며 "특조위 활동은 6월 종료되는데 인양은 7월에 한다고 한다. 특조위를 연장해야 한다.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하고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용산역 코스 한때 '긴장'
용산역 광장에서 출발해 서울역~광화문까지 행진하는 코스는 경찰이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도로 진입을 막는 바람에 출발이 50분쯤 늦어지는 등 파행을 겪었다. 경찰은 "300명 이상이 되어야 도로 행진을 허용할 수 있다"고 고집하는 바람에 당초 오후 3시 출발 예정이던 행진은 오후 3시50분쯤에야 시작됐다. 이 와중에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가로막혀 있던 건물의 한 관계자가 "차량이 들어 오려고 하는 데 왜 길을 막고 있냐"고 항의해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6시 30분께 광화문광장에 도착해 마무리 행사를 한 뒤 오후 7시부터 광장 북측에서 열릴 예정인 '약속 콘서트'에 참가했다. 약속 콘서트에는 가수 이승환, 부활, 한영애 등의 가수와 뮤지컬 배우 배해선, 416가족합창단ㆍ평화의나무 합창단 등이 출연했다. 416연대 측은 참사 2년째가 되는 16일엔 오전에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기억식' 행사를 하고, 오후 7시께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전국집중 국민 추모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김민영 수습기자 mykim@asiae.co.kr
문제원 수습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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