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률' 지역구도 속출…757만 부동층 '변수'
[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유제훈 기자] 20대 총선을 일주일 가량 앞두고 일여다야(一與多野)의 선거구도가 지속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5%포인트(p) 미만의 격차, 심지어 동률의 지지율을 보이는 초경합지가 늘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는 여당의 공천파동과 야권분열로 여야의 텃밭으로 간주되던 영ㆍ호남에서도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혼전이 이어지고 있다.
5일 현재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 해 보면, 1ㆍ2위간 지지율 격차가 5%포인트 이내인 이른바 초경합 선거구는 전국적으로 40곳에 달한다.
총선의 최대 승부처로 꼽히는 수도권(서울ㆍ인천ㆍ경기)에 초경합지의 절반 가량인 19곳이 몰려 있다.
서울에서는 종로ㆍ용산ㆍ중구성동갑ㆍ중랑을ㆍ양천갑ㆍ서대문갑ㆍ송파을 등 11개 선거구에서 승부를 가늠하기 힘든 혈투가 벌어지고 있다.
지난 4일 서울경제신문이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로의 경우 오세훈 새누리당 후보(41.5%)와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후보(39.9%)의 지지율 격차는 1.6%포인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서울 중구성동갑은 YTN이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김동성 새누리당 후보와 홍익표 더민주 후보의 지지율이 36.2%포인트로 동률을 이룬 것으로 집계됐다.
인천ㆍ경기에서도 여론조사상 8곳이 초경합 양상을 보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YTN이 1일 발표한 경기 안양시만안구 여론조사에서는 이종걸 더민주 후보와 장경순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각각 32.3%로 동률을 이뤘고, YTN이 4일 발표한 인천 계양갑 여론조사에서는 오성규 새누리당 후보(30.8%)와 유동수 더민주 후보(34%)의 지지율 격차가 3.2%포인트에 그쳤다.
영ㆍ호남 역시 초경합 양상을 보이는 곳이 늘고 있다.
여야의 대표적 텃밭으로 역대 선거에서 대부분 각 당에 표를 몰아줬던 지역이지만, 여당의 공천파동과 국민의당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이 형성된 것이다.
영남 지역에서는 부산ㆍ대구가 심상치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4일 매일경제신문이 보도한 부산 북구강서구갑 여론조사에서 1ㆍ2위 간 격차는 0.5%포인트에 그쳤고, 같은 날 영남일보가 보도한 대구 달성 여론조사에서는 진박(眞朴) 후보와 무소속 후보의 격차가 0.4%포인트에 머물렀다.
전북에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모두 5곳에서 5%포인트 미만의 살얼음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4일 전북매일신문의 전북 전주병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성주 더민주 후보(41.5%)와 정동영 국민의당 후보(41.2%)의 지지율 격차는 0.3%포인트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여론조사에서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 및 선호 의사를 밝히지 않는 '부동층'의 표심이 막판 중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후보자들은 두터운 부동층 때문에 여론조사상의 격차가 어지간해선 안심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번 총선의 승부처로 꼽히는 경기 지역의 한 지역구에서 지난 1~2일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가 일례다.
가뜩이나 오차범위 안팎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깜깜이' 판세인데 "누구를 찍을 지 모르겠다"고 답한 유권자들, 즉 '모름ㆍ무응답' 비율이 38%에 달했기 때문이다.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거나 "아직 어느 정당을 지지할 지 모르겠다"는 응답자 비율은 무려 76%다.
최종 후보등록일인 지난 달 24일부터 5일 현재까지 공개된 총선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지역구별 부동층의 비율은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 및 선호, 연령 등의 개별 기준에 따라 최소 10% 초반에서 최대 70% 후반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3일 확정한 이번 총선 전체 유권자는 4210만여명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달 29~31일 진행해 지난 1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유권자의 약 72%(약 3031만명)가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이 이들 가운데 '부동층'으로 파악한 유권자의 비율은 약 25%다.
산술적으로만 따지면 757만여명의 유권자가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셈이다.
선거일이 가까워올수록 특정 후보자나 정당에 대한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부동층 비율이 줄어드는 그간의 패턴과는 달리 이번에는 부동층 비율이 꾸준히 유지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여야가 공천 과정에서 빚어낸 잡음, 정책이슈가 실종된 선거판의 특성 등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특기할 만한 건 젊은 유권자층의 부동층 비율이다.
한국갤럽은 19~29세 부동층이 43%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했다.
가뜩이나 표심을 가늠하기 어려운 이 계층의 유권자들이 얼마나 많이 투표에 임할 지가 전체 부동층의 움직임과 더불어 만만찮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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