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은별 기자] 최근 기업들이 도입하고 있는 유연근무제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뉜다.
하나는 정해진 주당 근무시간을 자유롭게 쪼개 쓰는 '탄력적 근로시간제', 다른 하나는 출근시간과 퇴근시간의 범위를 정해두고 그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시차 출근제'다.
2009년 자율출근제를 도입, 지난해 '자율출퇴근제'로 확대한 삼성전자의 제도는 첫 번째 방식인 '탄력적 근로시간제'에 해당한다.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 사이에 하루 4시간 이상, 주 40시간을 일하기만 하면 출퇴근 시간을 1주일 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출근 시간을 자유롭게 하되 1일 8시간 이상 근무해야 했던 종전의 자율출근제보다 자율성이 확대됐다.
대부분의 사기업과 공기업, 연구원 등이 도입하는 방식은 두 번째 방식인 '시차 출근제'다. 1일 8시간을 근무하되 출근은 7시∼10시 사이에, 퇴근은 오후 4시∼7시에 하는 방식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달부터 LG전자가 도입한 시차출근제는 기존에 알려진 '시차 출근제'를 조금 변형해 적용했다. 전 직원을 대상으로 도입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많은 만큼 육아기 자녀를 둔 직원이나 전날 업무가 과했던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행하는 것.
LG전자의 '시차 출근제' 적용 대상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육아기 자녀를 둔 학부모 직원이다.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이 등원하는 시간이 대부분 오전 8~9시로 출근 시간과 겹친다. 이 때문에 많은 맞벌이 부부들이 '등하원 도우미'를 따로 구하는 현실이다. 이같은 문제점을 고려해 어린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데려다 주고, 1시간 정도 늦게 출근해도 눈치주지 않는 문화를 만들게 된 것. 8세 미만의 자녀를 둔 직원은 아이를 돌본 후 1~2시간정도 늦게 출근할 수 있다.
두 번째 적용 대상은 야근자들이다. 야근 강도에 따라 최대 두 시간까지 늦게 출근하거나, 남들보다 일찍 퇴근할 수 있다. 만약 밤을 샐 정도로 일할 경우 오후 1시까지 출근하거나, 1시 이후에 퇴근할 수도 있다. 야근 강도에 따라 얼마나 빨리 출ㆍ퇴근할 수 있는지 세부 기준도 마련했다. 이 외에도 병원 진료나 기타 개인 사정이 있는 경우에도 조직책임자, 인사담당자와 합의 하에 출퇴근 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실행가능성을 고려한 합리적인 형식의 시차출근제인 셈이다.
삼성, LG와 같이 출퇴근제도에 변화를 꾀하려는 기업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자산순위 30대 그룹을 대상으로 실시한 '30대 그룹 유연근무제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SK·LG·롯데·포스코·한화·KT·두산·신세계·CJ·LS·대우조선해양·현대·KCC·코오롱 등 15개 그룹이 최소 1개 이상의 계열사에서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자율출퇴근제는 혁신을 중시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선 보편화된 근무방식이다. 직원의 개인생활을 존중, 만족도를 끌어올려 성과를 내기 위한 제도다. 사회비용도 크게 감소시킬 수 있다. 출퇴근 시간이 분산돼 교통체증이 줄어들고, 에너지도 절감되는 효과가 있다.
재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기업에 부담이 될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좋은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제도 도입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 얼마나 많은 직원이 상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도를 따를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김은별 기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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