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낸 조선업계가 정규직을 줄이고 임시직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자구책의 일환으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줄어든 정규직 자리를 계약직으로 채운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조선업계가 제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STX조선해양·한진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7개 조선사의 직원수(정규직+계약직)는 총 6만6180명으로 전년 대비 1756명 줄었다.
정규직 감소폭은 평균 감소폭보다 컸다. 지난해 정규직 직원수는 6만2550명으로 전년 대비 2581명 줄었다. 반면 계약직은 2805명에서 3630명으로 825명 늘었다. 정규직은 크게 줄었지만 계약직은 되레 늘어난 것이다.
정규직 감소는 지난해 사상 최대 손실을 내며 회사별로 희망퇴직 등 고강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다. 직원수에는 정년퇴직과 이직인력도 포함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도 직원수가 줄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조조정 여파가 컸다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정규직 감소폭이 가장 큰 곳은 현대중공업으로 지난해 총 1474명이 줄었다. 반면 계약직은 348명이 늘며 전체 증가세를 견인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 과장급 이상 사무직과 여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총 1300여명을 감축했다.
부장급 이상 고직급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과 권고사직 실시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총 337명의 정규직 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상시 희망퇴직을 단행한 삼성중공업은 총 105명이 줄었다. 반면 계약직 직원은 291명으로 늘었다.
이 외에 STX조선해양은 정규직 직원을 203명 줄였다. 이는 2014년 전체 정규직 직원2665명의 7.6%에 달한다. 현대미포조선도 대우조선해양과 맞먹는 326명이 회사를 떠났다. 한진중공업은 지난해 조선사 중 유일하게 정규직 규모가 늘었(61명)지만 최근 희망퇴직을 실시하고 있어 올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계약직 직원이 늘어난 것은 정규직이 줄며 그 빈자리를 계약직이 채웠기 때문"이라며 "올해는 정규직 직원수가 덜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일감 마저 줄어드는 2~3년 뒤에는 정규직과 계약직 직원 동시 감소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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