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한화그룹 임원들이 중동 이란 '열공(열심히 공부하다의 준말)'에 빠졌다. 최근 경제 빗장 풀리며 '마지막 남은 기회의 땅'으로 불리는 이란에 대한 사업 진출 기회를 타진하기 위해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의 상무보 이상 임원 400여명은 지난달 21일 아침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 모여 이란을 포함한 중동 정세를 공부했다. 한화그룹은 중동전문가로 알려진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정민 국제지역대학원 교수를 초빙, '변화하는 중동,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1시간 가량 강연을 들었다.
한화그룹은 미국의 경제재제로 이란 경제가 개방되며 사업 진출 가능성을 모색하고 있다. 이라크 비스마야에서 대규모 주택사업을 진행 중인 한화건설은 구체적인 수주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고, 한화토탈은 4월 중 이란산 컨덴세이트(초경질원유)를 들이는 등 수입 확대 계획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은 수니파ㆍ시아파 등 국가별로 종파가 나뉘어져 오랫동안 갈등을 빚어오고 있는 만큼 사업 진출도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내 기업은 급변하는 중동정세 속에서 가장 유리한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제 빗장이 풀린 이란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한편 기존 사업파트너인 사우디 등과의 신뢰도 유지해야 한다.
이날 강연에서는 한화그룹 임원들이 안고 있는 이런 고민들이 공유됐다. 서정민 교수는 수니파ㆍ시아파 등 중동 정세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과 함께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따른 중동의 패권 변화 전망 등을 소개했다. 수니파ㆍ시아파 점령 국가의 현지 분위기도 전달했다. 중동 지도를 그려놓고 한화그룹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지역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했다.
두려워하지말고 적극 투자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서 교수는 "이슬람 급진 무장 세력인 이슬람국가(IS) 때문에 중동을 꺼려하는 기업이 많은데 우려할 수준이 아니"라며 진출을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강연을 들은 임원은 "중동 정세를 자세히 공부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시의적절한 주제의 강연으로 그간의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2004년부터 전 계열사 대표이사를 포함해 상무보 이상 전체 임원을 대상으로 매달 조찬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간단한 조식 후 100여분간 사회 저명인사나 경영ㆍ혁신 관련 전문가, 인문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강사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방식이다. 지난 1월에는 홍익대 김한얼 경영학과 교수를 초빙해 '1등 기업을 향한 기회와 도전'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2월에는 권동주 카이스트 기계공학과 교수가 '로봇산업의 미래'로 강연을 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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