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대만 훙하이가 일본을 대표 전자기업 샤프 인수를 당초 예상보다 1000억엔(약 1조원)이나 줄어든 3888억엔에 인수키로 확정했다.
외신들은 일제히 궈타이밍(郭台銘) 훙하이 회장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이번 인수를 성공시켰다고 추켜세웠다. 블룸버그통신은 "일본 정부가 지원하는 민간펀드를 제치고 훙하이가 샤프 인수에 성공한 것은 궈 회장의 끊임없는 집념 덕분"이라며 "그는 (정부와) 정치적으로 연결된 산업혁신기구(INCJ)와 촉박한 인수기간에도 불구하고 이를 모두 극복했다"고 평가했다.
샤프가 훙하이를 최종 인수협상자로 결정한 것은 지난달 25일이었지만, 3000억엔 규모의 우발채무가 드러나면서 추가 협상이 한 달간 이어졌다. 이 협상의 승자 역시 출자액을 1000억엔 줄이는 데 성공한 궈 회장이었다. 블룸버그는 "궈 회장의 공격적인 협상력과 강한 집중력이 훙하이에게 (인수로의) 길을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지난 1월말까지만 해도 일본 언론들 사이에서 샤프는 INCJ에 인수되는 것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월 30일, 궈 회장이 오사카의 샤프 본사를 직접 찾아와 미래 비전을 설명하면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궈 회장은 INCJ보다 높은 가격대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샤프의 기술유출을 막고 일자리와 샤프 브랜드를 보전하겠다며 임원들을 설득했다.
일본 언론들의 심기는 불편하다. 이번 인수 과정에서 샤프가 궈 회장의 강력한 협상 능력에 끌려다녔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궈 회장은 우발채무와 실적 문제로 계속 샤프를 흔들었다"며 "우발채무 정보를 접한 궈 회장이 샤프 인수 결의를 연기한 순간, 궈 회장의 뜻대로 협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훙하이가 출자액을 2000억엔 깎을 수도 있다고 알려왔을 때 인수가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내부에서 나오기도 했지만, 궈 회장은 이를 예상한 듯 지난 8일 샤프 공장을 방문해 현장 작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의심을 불식시켰다.
닛케이는 "궈 회장은 하루에도 몇 번이고 변한다"며 궈 회장에 휘둘린 샤프 임원들이 피로감을 털어놨다고 전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