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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자 삐용의 '개같은'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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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섬의 '스토리를 찾아서'

[아시아경제 이상국 기자]충남 당진에 사는 개 이야기가 가슴을 친다.


전직 수사반장인 이명조씨(72)는 자신의 개에게 '삐용'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영화 '빠삐용'에서 따왔다. 개가 하루가 멀다 하고 철망을 쳐놓은 개집에서 탈출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개집이 아니고 견사(犬舍)라 할 만큼 널찍한 공간에다 이씨는 150센티가 넘는 철망을 쳐놨다. 개들은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높은 곳에 잘 오르지 않는 습성이 있다. 덩치가 그리 크지 않은 삐용이가 150센티를 사람처럼 타고 뛰어오르는 것은 그런 공포를 이겨내는 일일 것이다. 이 개는 간신히 올라간 150센티 높이에서 주저함도 없이 훌쩍 뛰어내린다. 무엇이 개를 이토록 용감하게 만드는 것일까.


삐용이는 견사를 탈출하자마자 인근의 밭을 가로질러 줄행랑을 친다. 주인 이씨가 달려가 붙잡으려 하자 더욱 힘을 내서 쏜살같이 도망쳐버린다. 이씨는 뒤에서 헉헉거리며 혀를 찬다. 평생 범인들을 쫓아다니며 검거를 해왔는데 저 개 한 마리를 못 잡아내다니... 그런데 저 개는 도대체 매일 어디로 가는 거지? 삐용이는 저녁답 무렵이면 어김없이 돌아온다. 필사의 탈출과 어김없는 귀환. 그 사이에 숨어있는 삐용이의 비밀은 뭐란 말인가.

도망자 삐용의 '개같은' 사랑 MBN 방송 프로그램에 소개된 '맹렬 사랑견' 삐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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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은 그 비밀이 궁금해졌다. 그래서 삐용이의 등에 위치추적 장치를 달아보기로 했다. 휴대폰에 찍히는 위치를 확인하면서 주인은 개가 간 길을 뒤따라 갔다. 무려 6킬로미터나 되는 거리였다. 이씨가 따라가서 삐용을 찾아낸 곳은 자신이 잘 아는 분의 집이었다. 삐용의 옆에는 또한 자신이 잘 아는 개가 한 마리 있었다.


그 집은 얼마 전 이씨의 이웃에 살다가 이사를 간 집이었고, 그 집에서 키우던 쫑쫑이 또한 이곳으로 옮겨올 수 밖에 없었다. 삐용과 쫑쫑이는 얼마 전까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이웃에서 연애를 해왔다. 그런데 날벼락같은 생이별을 하게된 것이다. 삐용이는 쫑쫑이 생각 뿐이었다. 그 높은 견사의 철망을 탈출한 힘은 쫑쫑이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미친 듯 달려나와, 특유의 코끝으로 짝의 냄새를 맡으며 6킬로미터를 달렸다. 마침내 그녀를 찾아낸 것이다.


그토록 쫑쫑이를 찾아 헤맨 까닭은 사랑이 깊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미 삐용의 2세를 잉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자식과 아내와 헤어진 개를 막을 수 있는 장벽이나 거리는 없었다. 그러나 삐용은 저녁이면 쫑쫑이와 아쉽게 이별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주인과의 의리를 저버릴 순 없었기 때문이다. 사랑이 귀하지만, 신뢰 또한 중요했다.


우린 자주 '개같은' '개보다 못한' '개보다 더한' 이란 극혐의 욕들을 뱉지만, 저 이야기를 구경하며 묻는다. 이 개같은 사랑보다 더 간절하고 지극한 사랑을 해봤는가.




이상국 기자 isomis@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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