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최근 국내 건설현장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의미있는 이벤트가 열렸다. 국토교통부가 국내 주요 건설사 안전담당 임원을 초청, 유독 재해율이 높은 건설업종의 후진적인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 허심탄회한 토론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주무부처와 업계가 현장 안전을 위해 머리를 맞댄 것 자체가 처음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어 점심무렵까지 이어졌다.
올해 초 경기도 부천에서 발생한 대형크레인 붕괴 등 건설현장 사고는 주요 뉴스를 적잖이 차지하는 메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당한 근로자는 2만5132명에 달하고, 관련 손실비용이 무려 6조6000억원에 달했다. 재해율이 0.75%로 제조업(0.65%), 운수ㆍ창고 통신업(0.51%) 보다 높다. 그나마 몇년전에 비해 줄어든 수치다. 2010년에는 재해율이 1%를 육박했다. 현장 사망자도 타 직군에 비해 높은 편이다. 실제 지난해 산업재해 사망자 총 1810명 가운데 건설 현장 재해 사망자는 493명으로 전체의 27.2%나 차지했다.
중소 규모 현장의 재해는 더욱 심각하다.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3억원 이상 120억원 미만 건설현장의 경우 재해율이 지난 2009년 1.83%(사망 176명)에서 2013년 2.50%(사망 220명)로 되레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에 어렵사리 마련된 자리였으니 길어지는 것이 당연했다. 하지만 생산적인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는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업계는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공공발주 공사에서 적정기간 가이드라인을 주로 건의했고, 국토부는 예전에도 그랬듯 "공사규모와 성격이 워낙 다양해 기간을 획일화하는데 무리가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안전위반 건설근로자 이중처벌 문제도 시정을 요구하는 업계 요구와 법 개정 권한이 없는 정부의 입장이 오가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간담회 한 참석자는 "건설현장에 청년근로자를 유인시킬 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등 비현실적인 사항들도 적지 않았다"며 "정부도 사고 자진신고 등 주문이 주를 이뤄 아쉬운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서로의 주장만 되풀이하다가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닌지 아쉬운 부분이다.
건설사 임원들은 대부분 이날 간담회 내용이 공개되지 않기를 원했다고 한다. 정부 차원의 지원 청사진이 없던 것에 대한 못마땅함 때문이었는지, 업계 차원의 자정 노력 등 자랑할만한 사안이 없어서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모처럼 마련된 자리에서 '무재해 현장'을 향해 생산적인 발걸음을 내딛지 못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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