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제훈 기자] 20대 국회의원 선거 후보자 공천을 계기로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계파구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기존 야권의 주류였던 친노(親盧·친노무현) 진영은 친문(親文·친문재인)계로 재편됐고, 기타 김종인그룹 등이 야권의 새로운 축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우선 비주류인 비노(非盧) 진영의 경우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 박지원 의원,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 김한길 의원, 박주선 의원 등이 대부분 탈당, 국민의당 행(行)을 선택하면서 일종의 공백이 발생한 상태다.
대신 빈 자리를 채운 것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중심으로 한 '김종인그룹' 이다. 김종인그룹에는 비례대표 2번을 받은 김 대표를 비롯, 진영 의원(3선·서울 용산구), 최운열 서강대 교수(비례대표 4번) 등이 포함돼 있다. 아울러 비대위원인 박영선, 변재일 의원과 이용섭 전 의원 등도 김 대표와 가까운 사이로 분류된다.
양승조, 오제세, 이언주, 이찬열, 이춘석, 조정식 의원,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등 건재한 손학규계도 관심사다. 더민주·국민의당 양당 총선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둘 경우, 양당을 아우르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손 전 대표의 위상이 커질 수 있는 까닭이다.
당내 주류인 친노진영도 친문진영으로 개편됐다. 실제 우윤근, 전해철, 박남춘, 홍영표, 윤후덕, 김경협, 윤호중 의원 등 문 전 대표와 가까운 현역의원들은 대거 공천에서 생환했고, 김병관 전 웹젠 이사회 의장,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등 영입인사들도 대거 공천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반면 더민주는 1·2차 컷오프를 통해 참여정부 시절 국무총리를 지낸 이해찬 의원,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보시절 비서실장인 신계륜 의원,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의원 등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앞서 금품수수로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 중인 한명숙 전 국무총리, 컷오프 된 이후 생환한 문희상 의원까지 포함하면 참여정부 탄생의 주역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한 셈이다.
친노세력과 함께 야권의 주류를 이뤘던 정세균계(SK계)도 세를 잃었다. 이미경 의원(5선), 오영식 의원(3선), 전병헌 의원(3선), 강기정 의원(3선) 등이 줄줄이 컷오프 되면서 정세균계는 소규모 그룹으로 추락했다.
문 전 대표와 동지적·수평적 관계로 정치적 영향력이라는 측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던 중진세력이 2선으로 물러난 대신, 문 전 대표를 정점으로 한 수직적인 계파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다만 이같은 더민주의 새로운 계파지형은 총선결과에 따라 변동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마지노선인 107석을 달성하지 못할 경우 김 대표와 문 전 대표의 책임론도 제기될 수 있어서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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