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윤 인턴기자] 서울 지하철에서 컵라면을 먹은 '라면남'이 등장했다.
23일 오후 서울 지하철 3호선 대곡역에서 한 남성이 컵라면을 들고 열차에 탑승한 것이 목격됐다.
같은 객차에 탑승한 한 승객에 따르면 분주한 퇴근길 저녁을 먹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이 남성은 지하철 노약자석 앞에 서서 즉석 라면 ‘먹방’을 시전했다.
'후루룩 짭짭. 후루룩 짭짭. 맛좋은 라면~'은 둘리 친구 마이콜의 노래가사인줄로만 알았는데‥ 일부 승객들은 실제 그런 소리를 들으며 허기를 느껴야 했다.
게다가 남성이 후루룩 빨아들인 컵라면은 소고기로 국물 맛을 내 30년 이상 장수하는 제품이었다. 익히 아는 냄새는 객차 한 칸 전체로 퍼져나갔지만 승객들은 입맛만 다셨을 뿐 이 남성을 제지하거나 ‘한 입만’을 외친 이는 없었다. 다만 라면의 단짝 친구인 김치를 곁들이지 못한 점에 안타까운 시선을 보낸 승객들도 있었다는 전언이다.
이어폰을 귀에 꽂은 라면남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을 받았지만 '차가운 도시의 남자'인양 식사를 마친 뒤 무심하게 스마트폰을 만지며 이동을 계속했다.
이 남성은 목적지에 도착해 지하철 내 식사의 잔해를 치워 객차에 내렸다. 사발면의 진한 냄새를 남긴 이 남성은 사발면 용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용의주도함도 보였다.
라면남 말고도 지하철에서는 다양한 취식 사례가 있었다. 싱싱한 회 한 접시에 소주 한 잔 마시는 중년의 남성도 있었고 김밥이나 햄버거 등을 챙겨먹는 사람은 어렵지 않게 마주칠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 지하철은 2014년부터 열차 내 취식을 전면 금지하고 적발 시 최고 500위안(약 8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상하이와 시안, 청두 등 다른 대도시들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지하철은 최대 벌금이 70만원일 정도로 이 문제를 엄중하게 다룬다. 개찰구 앞에 ‘저 지역을 넘어서면 음식 섭취를 못 합니다'란 문구가 새겨져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하철 내 취식에 관한 제재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지하철 내 취식으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이 간혹 민원 제기를 하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련 법안을 아직 마련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지하철 내는 밀폐된 공간이고 다수가 이용하는 곳이기에 취식은 가급적이면 자제했으면 좋겠다"며 "우리나라 정서상 법안 설정으로 제재하는 것보다 홍보 동영상이나 캠페인 등으로 시민들의 자발적인 변화를 이끄는 방법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종윤 인턴기자 yaguba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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