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 중국 베이징시에 사는 리성씨는 화웨이(華爲) 프리미엄 스마트폰 '어센드 메이트 7'을 사용하고 있다. 리씨는 스스로를 '짠돌이'라고 말할 정도로 검소한 편이다. '아이폰은 비싸다'는 말을 많이 들은 그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아이폰 제품을 눈여겨 본 적이 없다. 그런 그가 새로 나온 '아이폰 SE'에는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아이폰 S6'의 고성능 사양을 그대로 갖췄으면서도 가격은 생각보다 저렴하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한 것이다.
애플이 새롭게 선보인 보급형 스마트폰 '아이폰 SE'는 가격에 민감한 중국과 인도인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리씨처럼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애플빠(애플 제품 애호가)'가 되지 못했던 중국의 소비자들이 애플이 내놓은 새로운 4인치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갈아탈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경제 전문 CNBC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프리미엄 스마트폰 판매에 주력해온 애플은 전날 보급형 스마트폰인 아이폰 SE를 공개했다. 이 스마트폰은 23일 사전 예약을 거쳐 이달 말 중국시장에서 4가지 색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가격은 16GB모델이 3288위안(약 58만8000원), 64GB 모델이 4088위안이다.
애플이 중국시장에 보급형 스마트폰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애플은 2013년 '아이폰 5C'로 중저가 스마트폰시장 문을 두드렸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CNBC방송은 "전작 아이폰 5C의 가격은 사양이 훨씬 좋은 아이폰 5S와 비교해 가격적인 매력이 떨어졌었다"고 분석했다.
중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도 아이폰 SE에 대한 평가가 쏟아지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회사인 메이주(魅族)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한 네티즌은 "아이폰 SE를 사기 위해 돈을 더 모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아이폰 SE는 S6와 성능은 같은데 심지어 5C 출시 가격보다도 더 저렴하다"고 적었다.
애플이 중저가 스마트폰을 내세워 최대 타깃으로 삼고 있는 시장은 중국보다는 인도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프리미엄 전략을 추구하던 애플이 보급형 제품을 내놓은 것은 지금은 구매력에 한계가 있지만 미래 성장성이 무궁무진한 인도 등 신흥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세계 최대 스마트폰시장인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열쇠를 쥐고 있는 곳도 인도라고 봤다. 인도는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3위 국가다.
닛케이는 "그동안 애플은 고급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대폭적인 가격 인하는 피해 왔고 가격에 민감한 인도에서의 시장 점유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며 "아이폰 SE는 인도시장을 위한 전략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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