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벨기에 브뤼셀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유럽 통합을 주도해온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얼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파리 테러에 이어 22일(현지시간) 벨기에 수도 한복판에서 또다시 민간인을 겨냥한 소프트 테러가 일어나면서 '하나의 유럽'에 반대하는 회의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공영 도이체벨레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공식 성명을 통해 테러 세력들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그는 "테러 주범들은 최소한의 인류애 개념조차 상실했다"면서 "벨기에 정부와 협력해 이들을 찾아 죗값을 치르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메르켈 총리는 이번 사건이 유럽의 분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테러리즘은 자유와 민주주의, 공존과 번영과 같은 '유럽의 가치'에 반하는 것"이라면서 "우리의 강점은 통합에 있고 자유로운 사회가 테러보다 강하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리스 부채위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난민유입 등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특유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유럽의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 유럽 전역에서 극우세력과 반(反)EU 주의자들의 열풍이 이어지면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지난주 실시된 독일 3개주(州) 지방선거에서는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당(CDU)이 2곳에서 완패하고 1곳에서 간신히 승리하는 등 최악의 결과를 냈다.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은 역대 최고 득표율을 기록하며 선전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시리아 난민 수용으로 고꾸라졌던 메르켈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안정세를 찾고 있지만 브뤼셀 테러로 상황이 역전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럽 각국이 국경통제를 강화하면서 독일이 앞장서서 수호해온 유럽통합의 상징, 솅겐조약의 존폐여부 역시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은 "난민문제와 테러리즘의 발현은 솅겐조약 유지에 매우 좋지 않은 소식"이라면서 "프랑스와 벨기에의 경우 이제 국경통제는 국가안보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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