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부터 동구로초등학교에서 시범 실시...망토 두르고 경찰과 동네 안전 순찰...어린이에게 안전 맡기는 사회?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어린이들이 지구를 지키는 영웅들처럼 검은 옷, 검은 모자에 금색 망토를 두르고 우리 동네 안전지킴이 임무를 수행한다? 서울 시내에서 오는 4월부터 벌어질 일이다. 어린이들의 안전 의식을 높이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터득하게 한다는 취지인데, 실효성 및 안전 우려 등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아동대상 범죄가 지속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에 취약한 초등학생들이 방범활동과 교육을 통해 안전의식을 높이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도록 '어린이 안전히어로 프로젝트'를 실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같은 프로젝트 실시는 갈수록 늘고 있는 어린이 대상 범죄 때문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13세 이하 아동 대상 성범죄 발생 건수는 지난해 1208건으로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절반 가량이 오후 시간대(정오~오후6시 이전·51.6%)에 주거지(48.3%)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초등학생 자녀 37%가 방과 후 혼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시는 '어린이 안전히어로' 활동복과 활동매뉴얼을 제작 완료하고 경찰청, 교육청과의 협조로 동구로초등학교를 시범학교로 선정,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중 참여학생을 모집하고 4월부터 본격 활동을 시작한다. 시범학교인 동구로초등학교 학생, 교사, 학부모, 학교 전담 경찰관과 연세대?성균관대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함께 디자인 거버넌스를 구성해 진행했다.
활동복은 어린이 안전히어로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고 아이들이 소속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제작됐다. 보안관, 액션 히어로, 특수경찰 등을 콘셉트로 샘플을 제작해 시범학교 학생들에게 선호도 조사를 실시, 특수경찰의 아이덴티티를 살린 활동복이 최종 선정됐다.
검은색 티셔츠?모자, 눈에 확 띄는 금색 망토, 활동 참여도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배지, 이름 목걸이, 경광봉으로 구성됐으며, 특히 아이들이 안전활동을 할 때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빅히어로(Big Hero)'를 티셔츠 뒤와 망토에 새기고 티셔츠 앞면에는 'B'를 큼직하게 강조했다.
활동매뉴얼은 지도 담당 선생님이 활용할 수 있도록 어린이 안전히어로 연간 활동계획과 각 활동별 준비물, 방법, 소요시간, 참여자 등 세부적인 지침을 담았다.
시는 앞서 작년 하반기에 시범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지도 만들기 워크숍을 개최하고 이날 활동을 바탕으로 활동매뉴얼을 제작했다. 워크숍에서는 학교전담 경찰관의 학교폭력 안전교육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안전지도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함께 동네를 순찰하며 안전지도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어린이 안전히어로는 '스스로 지키는 안전, 우리가 빅히어로!'를 슬로건으로, 초등학생이 선생님, 학부모, 관할지역 경찰관과 함께 동네를 순찰하며 '안전지도'를 만들고, 이 지도를 바탕으로 다른 친구들과 동네 주민들도 안전 의식을 높일 수 있도록 안전활동을 펼치게 된다.
이번 프로젝트는 서울시가 작년 시작한 '1?2?d(일리있는 디자인)' 시범사업의 하나로 진행된다. '일리있는 디자인'은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시민이 제안하면 지역주민, 대학생, 디자이너, 분야별 전문가, 기업 같은 다양한 사회주체들의 소통과 참여로 문제를 해결하는 '디자인 거버넌스'다.
'어린이 안전히어로' 역시 한 초등학생 학부모가 서울시 시민제안 사이트인 천만상상오아시스에 "초등학생이 부모와 함께 참여하는 자율방법대가 있으면 좋겠다"라고 올린 제안에서 시작됐다. 시는 공공성, 필요성, 확장가능성 지속가능성, 시민공감도, 디자인 해결가능성 등을 심사해 이 아이디어를 시범사업으로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변태순 시 디자인정책과장은 “아동 대상 범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범죄에 취약한 초등학생들을 위한 지역 내 안전활동은 부족한 실정”이라며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안전의식을 강화하고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어린이 안전히어로 프로젝트'가 다른 학교와 동네로 확산될 수 있도록 시범사업을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