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천구 시흥3동 정해순 할머니 "오늘도 뭘 나눌지 고민중"
[아시아경제 박종일 기자] “제가 갖고 있는 건 별로 없지만, 이 세상 떠날 때 모두 주고 떠날 거예요”
금천구 시흥3동에서 30년간 살아온 정해순(77) 할머니.
매월 생계급여와 기초연금 40만원으로 생활하는 홀몸노인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그는 기부활동을 멈추지 않는다.
정 할머니는 “제가 힘들 때 주변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지금 생활도 넉넉하진 않지만 저보다 더 어려운 사람들 돕는 일인데 생각만 해도 즐겁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노인일자리 사업에 지원해 지하철 길안내 일을 했던 정 할머니는 올해 건강문제로 집에서 쉬고 있지만 여전히 바쁘게 움직인다.
정 할머니는 가끔 이웃에 어렵게 사는 중·고등학생들의 집을 방문해 이야기를 나누고 꼭 용돈을 쥐어주고 온다.
정 할머니는 “지난해 일을 다녔을 때는 용돈을 5만원까지 주곤 했는데 요새는 1만원 정도 밖에 줄 수 없어 많이 아쉽다”고 말했다.
가끔 음식도 나눠 먹고는 한단다. 이렇게 관계를 맺고 있는 이웃 청소년들이 3~5명이 된다.
정 할머니의 나눔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청담복지관, 노숙인을 돌보는 영등포 요셉의원에 매월 1만원씩을 기부, 일년 동안 조금씩 돈을 모아 연말에 시흥3동 주민센터를 통해 공동모금회에 10만원씩을 후원하고 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더 어려운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까닭은 자기 자신이 절실한 도움이 필요했을 때 가까운 이웃으로부터 도움을 받아봤기 때문이다.
2010년 다리가 부러져 움직일 수조차 없었을 때 복지관, 시흥3동 주민센터, 주변 이웃들에게 도움을 받았다.
시흥3동 주민센터 김영란 주무관은 “할머니는 이웃사람들에게 파수꾼이라고 불릴 정도로 이웃을 챙기고 어려운 분들을 발견하면 주민센터와 연결해주곤 한다”고 말했다.
최근 동 주민센터의 도움으로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사를 한 정 할머니는 “어려운 이웃을 도우면 언제든 자신에게 그 도움이 돌아오는 법이다. 지금 자기가 이웃을 도우며 사니 이렇게 좋은 집에 살게 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언제나 남들에게 무엇인가 더 줄게 없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사는 정 할머니는 시신기증 서약까지 했다.
그는 “나 죽으면 내 몸을 기증해 허준보다 더 실력있는 의사 만드는데 사용하라고 기증했다”며 “무섭거나 후회하거나 하지는 않고, 오히려 즐겁다”고 말했다.
박종일 기자 dre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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