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자 가족 글 '인터넷 커뮤니티' 올라오자 도움 이어져…'건물 내' 주목 의미있는 조언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워낙 급한 일이라 지푸라기라도 잡고자 올립니다. 제 동생 좀 찾아주세요."
지난 13일 인터넷 커뮤니티 엠엘비파크 '불펜' 게시판에 다급한 내용이 담긴 글이 올라왔다. 동생이 3월10일 오후 분당에서 예비군 훈련을 마치고 돌아오는 중 실종됐다는 내용이다.
실종된 신모(30)씨 얼굴 사진과 CCTV에 담긴 자전거 탄 모습 등 구체적인 정보도 포함됐다. 집까지 거리는 15분에 불과한데 갑자기 증발했다면서 간절한 마음을 담아 도움을 요청했다.
엠엘비파크는 야구를 좋아하는 이들이 찾는 곳으로 남성이 주축을 이룬다. "부모님이 (아들이 없어져서) 피눈물을 흘리고 계신다"는 가족의 얘기에 분당 주민 등 여러 엠엘비파크 회원이 해법을 찾고자 머리를 맞댔다.
"해당 시간에 저 위치 도로에서는 사고가 날 수 없는데 건물 내가 아니고선…." "분당 자체가 치안 최고 수준인데 저 시간대에 건물 내부가 아닌 길가에서 뭔 일이 일어날 수가 없다." 다양한 조언 중 눈에 띈 부분은 '건물 내가 아니면 사고가 날 수 없다'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집단지성의 힘을 통해 사건의 실체에 다가설 무렵, 신씨를 둘러싼 충격적인 속보가 전해졌다. 신씨가 분당의 한 건물 지하주차장 옆 기계실 안에서 군복을 입은 채 흰색 끈으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는 내용이다. '건물 내'를 주목하라는 내용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조언이었던 셈이다.
신씨의 양손은 등 뒤로 묶인 상태였다. 경찰은 신씨 사건이 자살인지, 타살인지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 자살자 중 일부는 자기 손을 묶는 경우가 있지만, 등 뒤로 묶는 게 가능한지가 의문이다.
신씨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수사를 통해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신씨가 실종된 이후 가족들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단지성에 기대 해법을 모색했고, 의미 있는 조언도 나왔지만 죽음까지 되돌릴 수는 없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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