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유종의 미 못 거둬 아쉽다"
흑돌로 도전한 이세돌…승부사 면모 보여줘
딥마인드 CEO "대국 치를지, 기술 공개할 지는 미정"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알파고와 대국 이후 인간의 창의력이나 바둑의 격언 이런 부분에 의문이 들었다. 알파고가 두는 수법을 보면서 기존에 알고 있던 것들이 정말 맞는지 의문이 생겼다."(이세돌 9단)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역사적 대결이 1승 4패로 막을 내렸다. 이세돌 9단은 엄청난 압박감을 이겨내면서 끝까지 대국에 임했다.
15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종료됐다. 이번 대국의 최종 승자는 알파고다.
이세돌 9단은 마지막 대국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노란색 타이를 메고 나타났다. 이세돌 9단의 부인과 딸도 간담회장에 자리했다.
이세돌 9단은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었는데 아쉽다"며 "이번 경기는 초반에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부족함이 다시 한 번 드러나는 경기였다"고 평가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오늘 대국은 지금까지 중 가장 흥미로웠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였다"며 "초반에 알파고가 맥을 잡지 못해 실수를 했지만 다시 회복하고 접전을 펼쳐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세돌 9단이 패배했지만 이세돌 9단은 인간의 창의력으로 인공지능에 맞서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어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은 "오늘 이세돌 9단은 4국때와 달리 컴퓨터가 가장 잘 할 수 있다는 '계산'으로 맞대응했는데 그 도전이 너무 보기 좋았다"며 "1,2,3국에서는 이세돌 9단의 승부사 기질을 볼 수 있었고 4~5국에서는 인간의 상상력을 봤다"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은 결론적으로 알파고에게 패했지만 알파고의 실력이 자신보다 우위에 있다고 인정하지는 않았다.
이 9단은 "알파고가 바둑을 두는 스타일, (대국) 환경 등이 너무나도 생소했고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알파고가 실력적으로 우위라고 인정하지 못하겠지만 심리적인 부분이나 집중력은 인간이 따라갈 수 없어서 사람이 이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 팀은 알파고에게 더 많은 대국을 치르게 할 지, 기술을 정비해 공개할 지에 대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허사비스 CEO는 "영국에 돌아가서 몇 주간 관찰한 상황들을 면밀히 분석해 그를 토대로 향후 행보를 결정할 것"이라며 "더 많은 대국을 할 지, 일정한 시점이 되면 일반에 관련 기술을 공개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 계획을 마련해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국이 종료된 후 한국기원은 알파고에게 명예 9단을 수여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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