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숫자 9의 비밀] 神앞에 겸손해진 인간의 수 '9'

시계아이콘01분 48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숫자 9의 비밀] 神앞에 겸손해진 인간의 수 '9'
AD


[아시아경제 김동선 기자]숫자 '9'가 조명받고 있다.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거듭되면서 바둑의 세계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면서다.

예로부터 숫자 9는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최고 경지의 수로 인식됐다. 십진법상으로 숫자 '10'을 신의 영역에 해당하는 완벽한 수로 신성하게 여겼기 때문에 여기에서 1이 못 미치는 9를 인간의 세계에서 이룰 수 있는 가장 완전한 수로 삼았던 것이다.


숫자는 유일한 세계 공통 언어인 만큼 숫자와 관련된 이런 인식은 동서양을 통틀어 통용돼 왔다. 숫자가 갖는 상징성과 연관성을 통해 철학을 이해하고 나아가 종교적 세계관과도 잇닿아 있었던 것이다.

세상의 이치를 음양오행으로 풀었던 동양에서 숫자 9는 양의 기운이 충만한 완전한 수라 여겨졌다. 이보다 더 큰 수가 없는 불후의 숫자였던 셈이다. 불교에서 9는 지고의 영적인 힘을 상징하면서 지구를 중심으로 회전한다고 믿었던 아홉 개의 천체, 즉 '구천(九天)'을 의미했다.


한자 문화권에서 9는 높고, 길고, 깊고, 크다는 의미로 일상생활에서 자주 사용됐다. 구척장신(九尺長身), 구우일모(九牛一毛), 구중궁궐(九重宮闕)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신령한 동물인 용 앞에 '구'를 넣은 것도 비슷하다. 구룡폭포, 구룡포, 구룡연 등 우리 지명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99세를 '백수(白壽)'라 칭하는 것은 100(百)에서 하나(一)를 뺀 것인데 9는 장수를 뜻하기도 한다.


서양에서도 비슷하다. 이집트와 로마의 아홉 신 등 종교적 믿음이 영향을 미쳤다. 때로 서양에서 숫자 9는 '완전을 위한 기다림'을 상징하기도 했다. 한편으로 10에 근접한 9는 불길한 수로 여기기도 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완전한 수 10에서 1이 모자라기 때문에 불길하다고 여겼고 우리의 '아홉 수'라는 말이 그렇다.


이처럼 숫자 9는 완성을 의미하는 10의 전 단계로, 한 자리 숫자로 적을 수 있는 가장 큰 수이며 완성을 기다리는 수였던 셈이다.


우주를 품고 온 세상을 담았다는 바둑판이 가로 19줄, 세로 19줄로 그려진 것도 여기서 유래한다. 반상(盤上)에서 세상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천원(天元)'을 모든 방위에서 10번째에 위치시키기 위해서는 '19X19'의 바둑판이 필요했던 것이다. 바둑에서 최고수인 프로 9단은 입신(入神)의 경지를 일컫는 말이다. 반상의 이치를 깨닫고 '신의 한 수'로 반상을 주무를 수 있는 신에 범접한 단계인 것이다.


6세기 양무제 때 바둑의 기품(棋品)을 9단계로 구분했는데 9단이라는 '품계'는 승부를 초월한 신의 경지로 여겨졌다. 프로 바둑에서는 10단, 11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근대 동양권 바둑에서 9단이 한동안 없었던 것 역시 인간의 한계를 스스로 규정한 일종의 겸손의 표현일 수 있다. 일본에서는 9단에 해당하는 '명인'이 있었지만 단 한 명의 상징적인 존재였고 우리나라에서도 '반상의 개척자'로 불렸던 조남철 국수의 경우 한국기원의 뒤늦은 추대로 9단이 됐다.


그러나 한국기원 승단규정 변경에 따라 지금은 9단 풍년이다. 한국기원에 따르면 3월 현재 우리나라에는 이세돌 9단을 비롯해 71명의 프로 9단이 활약하고 있다. 일본에 63명, 중국에 36명, 대만에 5명의 프로 9단이 있는 것과 비교하면 단연 압도적인 숫자다. 그러나 정작 프로 기사들은 초단부터 9단까지 전부 같은 실력으로 인정하고 호선으로 바둑을 두고 있다. 실제 이세돌 9단도 3단 시절 후지쓰배 대회에서 우승을 거둔 바 있다.


'정치 9단' '야구 9단'이라고 각계 최고수를 지칭하는 말도 바둑에서 유래했다. 바둑뿐만 아니라 무술에서도 9단 이상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동양에서 최고의 숫자를 9라 여긴 데서 비롯된 것이다. 특히 우리 정치권에서 현대사를 풍미한 '3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은 정치 9단의 대명사다.


스포츠계로 눈을 돌리면 9의 쓰임은 더 다양해진다. 야구는 한 팀에 9명의 선수가 9이닝 동안 경기를 펼치고 축구는 전후반 90분 경기를, 골프는 9홀을 두 번 도는 형태로 진행되는 것 등이다.




김동선 기자 matthew@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607:30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한국인 참전자 사망 확인된 '국제의용군'…어떤 조직일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이현우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했다가 사망한 한국인의 장례식이 최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가운데, 우리 정부도 해당 사실을 공식 확인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매체 등에서 우크라이나 측 국제의용군에 참여한 한국인이 존재하고 사망자도 발생했다는 보도가 그간 이어져 왔지만, 정부가 이를 공식적으로 확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2.0309:48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조응천 "국힘 이해 안 가, 민주당 분화 중"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조응천 전 국회의원(12월 1일) 소종섭 : 오늘은 조응천 전 국회의원 모시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솔직 토크 진행하겠습니다. 조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조응천 : 지금 기득권 양당들이 매일매일 벌이는 저 기행들을 보면 무척 힘들어요. 지켜보는 것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