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준 엔씨소프트 AI랩 상무
구글이 다음 종목으로 택한 까닭
복잡한 실생활 문제 해결에 더 적합
스타 대결도 한국서 펼칠 가능성 커
[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 구글 인공지능(AI) 알파고가 바둑 다음 목표로 '스타크래프트(스타)'를 지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재준 엔씨소프트 AI랩 상무는 14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전체 형세를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되는 스타는 현실의 축소판과도 같기 때문"이라며 구글의 목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게임과 AI를 접목하기 위해 'AI랩'을 운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1월 '블레이드&소울'에 AI를 도입하기도 했다.
게임에 AI를 접목한 것은 오래 전이다. 게임을 할 때 상대가 되는 컴퓨터가 바로 AI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까지 프로게이머를 상대로 컴퓨터가 이긴 적은 없다.
구글이 지목한 스타는 바둑보다 정복하기 더 어려운 종목이다. 바둑은 한 수를 두면 상대방이 다음 수를 두는 '턴(Turn) 방식'인 반면 스타는 끊임없이 정찰, 공격, 방어를 해야 하는 실시간 게임이다.
스타는 '테란', '저그', '프로토스' 세 종족 간의 싸움으로 진행된다. 각 종족별 상생이 있고 지형에 따라 싸우는 방식도 다르다. 또 상대방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정찰해야하고 공격과 방어가 동시에 이뤄진다.
이 상무는 AI가 인간보다 세심하고 빠르게 제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황 판단과 순간적인 대응에서 한참 아래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 상무는 "바둑과 달리 스타는 상대방의 플레이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아직은 사람이 이길 것으로 보고 있지만, 구글이 직접 스타를 언급한 만큼 어느 정도 수준은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0년부터 AIIDE(Artificial Intelligence and Interactive Digital Entertainment) 국제학회에서 스타 AI 경진대회가 열리고 있지만 아직까지 프로게이머에 미치지 못한 실력이다. 엔씨가 개발한 블레이드&소울에서도 아직 AI가 프로게이머를 이기지 못했다.
스타 정복은 AI 발전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스타와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 이길 경우 AI가 실생활의 다양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상무는 "특히 온라인 게임은 자체 화폐를 통한 거래가 진행되고 사람들끼리 모여 사회를 구성하는 등 실제 사회와 닮아 좋은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며 "구글은 게임을 정복하는 과정에서 사회의 복잡한 문제를 푸는 통찰력 배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바둑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대 인간의 스타 대결도 한국에서 펼쳐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스타는 지난 1997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출시해 전 세계적으로 1000만장이 넘게 팔린 PC게임이다. 임요환, 홍진호 등 국내 프로게이머들이 전 세계를 휘어잡으며 한국은 스타의 종주국으로 평가받고 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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