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총선후보 집중탐구 - '국정원 선거개입' 투사의 변신과 변언(變言)
“관찰과 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영국의 소설가 아서 코넌 도일은 ‘네 개의 서명’에서 셜록 홈스의 입을 통해 관찰과 응시의 차이를 설명한다. 셜록은 수사 고문, 또는 탐정으로 사건이 발생한 후에 수사에 착수, 해결하기도 하지만 그 전에 범죄의 전조를 알아채고 막아내는 예방에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표창원(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 용인정 후보)은 과거 자신의 책 ‘나는 셜록 홈스처럼 살고 싶다’에서 이익보다는 옳은 것을 택하며 당당하게 돌직구로 대응하며 살겠다고 말한다. 27년에 걸친 공직생활을 등지고 스스로 정치의 격랑에 뛰어들면서 이슈메이커로 부상한 표창원. 정치를 관망하며 분석하던 시사분석가에서 야당의 분열을 막겠다며 총선 후보로 나선 현재 그의 생각과 관점을 과거 표창원의 말(저서, SNS)을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저는 정치를 하지 않겠습니다.” - 2013년 6월 18일, 트위터
강력하고 힘 있게 말했다. 덧붙여 “국민 한 사람의 상식적 분노임을 확인하기 위해 선언하고 약속드립니다.”라며 “10월 재보선 및 다음 총선 포함, 다음 대통령 선거까지 어떤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고 어떤 정당에도 참여하지 않겠습니다.”고 한 뒤 “오직 정의구현에만 매진합니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2012년 12월 16일 당시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촉발된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의혹에 대한 경찰의 미온적 대처를 강력히 비판하며 경찰대학 교수를 사임한 바 있어 이 말에 실린 무게와 대중의 기대는 더욱 컸지만, 지난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인재영입위원장의 권유로 외부 인사 영입 1호로 정치계에 입문했다.
“내게 ‘정치’는 경계와 불신의 대상이었고, 멀리 거리를 유지하며 살아야 할 대상이었다.” - ‘왜 나는 범죄를 공부하는가’. 다산북스, 2015
이처럼 경계와 불신의 대상이자 멀리 거리를 유지한다던 그가 마음을 돌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표 후보는 입당 기자회견에서 “와해되고 분열하는 제1야당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며 “전과 달리 이번엔 부족한 제힘이라도 보태드려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제가 약속을 어겼다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정중히 사과드리겠다”며 “미안한 만큼 더 열심히,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정치에 대한 포부를 공언했다.
“지금 대한민국은 ‘정의의 위기’ 상태다.” - ‘정의의 적들’, 한겨레출판, 2014
지난 대선 당시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에 쓴소리를 쏟아냈던 표 후보는 교수직을 사임한 것에 대해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은 드넓은 광야로 나왔다”고 기술한다. 이후 방송인으로 다시금 안정된 자신만의 위치를 굳히고 있던 그는 보다 더 넓은 광야로 나와 매일 같이 지역 후보들의 선거유세장을, 공천 이후엔 자신의 선거구인 용인을 누비며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그가 생각하는 ‘정의’는 대체 무엇이기에 안정된 자리를 버리게 했을까? “먼저 사회계약의 대등한 당사자인 모든 국민에게 법은 같은 기준과 잣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 그는 평등한 법 적용을 신창원과 이태원 살인사건을 비교하며 설명한다.
“신창원은 후배들과 함께 침입 강도를 저지르다가 공범인 후배가 피해자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는 현장에 같이 있었다. 잘 알려진 ‘이태원 살인 사건’에서 분명히 범인은 현장에 함께 있던 미국 군속 자녀 2명 중에 있는데, 우리 검찰과 법원은 둘 중 누군지 모른다며 결국 무죄를 선고하고야 말았다”고 전술한 뒤 “강도를 함께 모의해서 실행하고 살인이 벌어진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살해의 의도나 행동이 전혀 없었음에도 강도치사죄의 공통정범(범죄행위를 공동으로 실행한 사람)으로 무기징역을 선고한 신창원에게 보였던 '과도한 정의감'을 왜 보여주지 못한 것일까? 우리는 사법 식민지, 정의 식민지에 살고 있는가?”라고 되묻는다. 표 후보는 평등하지 않은 법, 중립을 유지해야 하는 국가기관을 정치로 끌어들인 권력에의 분노를 바탕으로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의 위기를 정의한다.
“범죄 중에는 도저히 이해나 동정의 여지가 없는 반인륜적 유형도 있다. 친족 성폭행, 가족 살인, 아동 성폭행 등이 대표적인 예다.” - ‘정의의 적들’, 한겨레출판, 2014
지난 12일 경기도 평택에서는 계모가 전처가 낳은 아들을 화장실에 가둬 살해한 뒤 야산에 묻은 사건이 알려졌다. 계모와 친부는 아이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욕실에 가두고 이튿날 아이가 숨진 것을 발견한 뒤 열흘간 방치하다 시신을 야산에 암매장했다. 지난 9일에는 경기도 부천에서 생후 3개월 된 여아를 부모가 학대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침대에서 떨어져 피 흘리는 아이에게 젖병만 물린 채 10시간 넘게 내버려둔 것으로도 모자라 성폭행을 의심할만한 흔적이 발견됐다는 검진 의사의 브리핑에 온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아울러 지난 2월엔 경기도 광주에서 큰딸을 때려 살해한 뒤 암매장한 40대 여성이, 경기도 부천에서는 딸을 때려 살해한 뒤 실종신고만 한 채 집에서 11개월 동안 사체를 방치한 40대 남성이 구속되는 등 은폐되고 밝혀지지 않던 자녀 학대와 살인사건이 잇따라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표 후보는 이같은 가족 살인과 아동 성폭행에 대해 저서를 통해 ‘이해나 동정의 여지가 없는 반인륜적인 범죄’라고 규정했는데, 그 원인을 사회적인 현상을 통해 찾는다. “반인륜적 범죄의 특성은 피해자가 가해자의 지배와 통제하에 있어 전혀 방어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스스로 주의하거나 조심한다고 막을 수 있는 범죄가 아니다”고 지적한 뒤 “가정의 제 기능, 가족 간 대화, 교육 과정의 정상화, 성격이상 혹은 일탈 청소년에 대한 치료 및 보호, 선도 시스템의 구축 등 사회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 배경으로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되고 사회계층에 따른 차별과 무시, 냉대가 만연하면 계층 상승이나 유지를 위한 지나친 경쟁이 촉발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 스트레스와 분노 및 불만이 팽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저는 저이고 싶어요. 보시는 분들에 따라서 맞춰가고 싶지는 않습니다.” - ‘공범들의 도시’, 지승호 공저, 김영사, 2013
정치입문 이후 표 후보에게 쏟아지는 대중의 관심과 시선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공천을 놓고 당내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그는 지난 8일 신설된 용인정 지역구 전략공천을 확정 지었고, 직후 표 후보가 선거홍보를 위한 포스터 시안을 SNS에 공개했는데, 그 조악함에 놀란(?) 누리꾼들이 직접 나서 포스터를 제작하는 재능기부가 이어졌다. ‘보는 이의 시선에 맞추지 않겠다’는 그의 선언은 지역구의 표심에 호소하기 위해, 당의 전략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점차 흐려지는 모양새. 과거 그의 정치참여를 놓고 계속되는 우려에 표 후보는 “거대한 흐름, 래프팅 같은 격류 속에 휘말려 들어가서 카누를 타고 있는 것 같다”고 표현한 뒤 “균형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온몸에 신경을 곤두세우면서도 레이스에서 이겨야 하고, 주변 경치도 봐야 하고, 이런 급박하고 특별하고 아주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격랑의 흐름 속에 여전히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제대로 된 게임을 룰을 잡아서 공정하게 해보자. 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 ‘공범들의 도시’, 지승호 공저, 김영사, 2013
과거 정치권의 제도개선 미흡을 놓고 지적한 그의 말이 고스란히 그에게 돌아왔다. 지난 8일 표 후보의 전략공천발표가 알려지자 용인정 출마를 선언했던 김종희 예비후보가 반발에 나선 것. 김 예비후보는 표 후보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어떠한 특혜도 받지 않고 전략공천이 아닌 지역경선을 치르겠다”고 공언했던 사실을 환기시키며 당의 결정 뒤에 숨는 비겁함을 보이지 말고 경선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이에 대한 표 후보 측의 입장표명은 아직 없는 상태다.
“불가능한 것을 제외하고 남은 것은 아무리 믿을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진실이기 마련.”
객관적이고 이성적 추리를 이어가는 셜록의 이 같은 발언은 예측할 수 없고 제어할 수 없는 정치현장의 속성과도 맞닿아 보인다. 셜록을 꿈꿨던 프로파일러는 불가능과 불신 속에서 자신이 부르짖던 정의를 찾을 수 있을까? 과거의 내가 현재의 나를 공격한다는 말이 있다. 무전기가 아니라 SNS와 책을 통해 신호를 보내는 건 다름 아닌 과거 나의 발언. 내가 내 발목을 잡는 상황에서 일관된 생각과 사상, 입장을 갖고 올곧게 직진만 할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될까. 과거를 통해 살펴본 표 후보는 ‘정의’를 위해 사는 사람이다. “정의만 제대로 바로 서게 된다면 다른 모든 것들도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고 말했던 표창원 후보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김희윤 작가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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