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국만에 첫승 거둔 이세돌 "오늘 1승 값어치 매길 수 없다"
알파고 약점 2가지…흑에 약하고, 예상 못한 수에 당황
이세돌 9단 마지막 대국에는 흑으로 승부
[아시아경제 한진주 기자] "오늘의 1승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값어치를 매길 수 없는 1승이다."(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다음 대국에서는 '흑'으로 도전한다. 이세돌 9단은 유리한 백돌 대신 흑으로 알파고에게 승리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13일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4국에서 이세돌 9단이 180수만에 알파고에게 불계승했다.
대국 종료 후 이세돌 9단이 간담회장에 입장하자 취재진들도 키보드에서 손을 떼고 이세돌 9단에게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대국 내내 굳은 표정이었던 이 9단도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세돌 9단은 대국 후 "3패를 당한 후 1승을 하니 이렇게 기쁠수가 없다"며 "많이 응원해주고 격려해주셔서 한 판이라도 이긴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은 내리 3패한 후 상당한 압박을 받았음에도 인공지능 뿐 아니라 스스로와의 대결에서도 승리했다.
이 9단은 "정신적 충격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대국을 중단할만한 상태는 아니었다"며 "스트레스를 받았지만 즐겁게 바둑을 뒀고 이번 판에서 이겨 부담이 많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이 9단은 다음 대국에서 돌갈이 과정을 생략하고, 구글 측에 양해를 구한 후 흑으로 도전한다. 대국 규칙 상 백을 잡은 쪽에 7.5집을 덤으로 주기 때문에 흑을 잡는 이세돌 9단이 다소 불리할 수 있다.
이 9단은 "돌갈이를 하게 돼있지만 이미 백으로 이겼으니 다음에는 흑으로 정해놓고 시합을 하고 싶다"며 "흑으로 이겨야 값어치가 있기 때문에 다음 대국에서는 흑으로 이겨보고 싶다"고 말했다.
◆알파고 '약점' 있다= 알파고는 승률 값을 극대화시키면서 승부에 임한다. 대국 도중 알파고는 자신의 승률을 나타내는데, 어느 기준점 아래로 떨어지면 '불계패'라고 표시한다. 해설자들은 알파고가 중반 이세돌 9단의 묘수에 무너졌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약점 2가지를 꼽았다. 특히 대국 중반에 보여준 승부수에 알파고가 능숙하게 대처하지 못하면서 알파고에게도 약점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입증된 것.
이 9단은 "알파고는 백보다는 흑일 때 힘들어한다"며 "알파고는 자기가 생각하지 못했던 수가 나오자 버그 형태로 수를 진행했는데 생각하지 못했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햇다.
이날 현장 해설을 맡은 송태곤 9단은 "부담감이 심했을텐데 이세돌 9단이 자신의 바둑을 잘뒀고 중반에서의 승부수가 멋있었다"며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의 생각을 조금씩 알아간다는 느낌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어 해설을 맡은 마이클 레드먼드도 "오늘 대국에서는 78번째 수에 이세돌 9단이 묘수를 뒀는데 이것이 적격했다"고 평했다.
◆'정보비대칭성' 논란에…구글 "동등했다"= 이 9단은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았다. 구글 딥마인드 측은 이세돌 9단의 기보를 학습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항변했다.
이 9단은 "먼저 (알파고에 대한) 정보가 있었다면 조금 더 수월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나의 능력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는 "우리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없고 동등했다고 생각한다"며 "알파고를 이세돌 9단의 기풍이나 기보에 맞게 훈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일반적인 바둑에 맞춰 훈련했고, 인터넷에서 아마추어 바둑 게임을 알려주고 훈련했고 스스로 바둑을 두게 하는 범용 학습을 사용했다"며 "알파고에게는 수천만에 달하는 게임 정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가 그렇게(이세돌에 맞게 훈련) 훈련시키려고 해도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알파고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프로토타입' 인공지능 프로그램이다. 이번 대국도 알파고의 성능을 향상시키는 것이 과제다.
데이비드 실버 구글 리서치 사이언티스트는 "우리는 알파고가 스스로 학습하게 하는 데 중점을 뒀고 그렇게 축적된 지식에는 허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오늘 대국에서 알파고가 많이 밀렸고, 단점이 노출됐는데 그로 인해 굉장히 소중한 지식을 배웠다"고 말했다.
한진주 기자 truepear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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