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20대 총선 공천결과를 발표 중인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회(위원장 이한구)가 연일 잡음으로 시끄럽다. 김무성 대표의 경선 여부 발표 보류로 촉발된 공관위 내분 사태는 봉합되는 듯했지만 하루 만에 또다시 엇박자를 내고 있다.
공관위는 당초 12일 오전 11시에 4차 공천 명단을 발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갑작스레 연기를 통보했다. 이 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오전에) 될 줄 알았는데 어제 저녁 준비가 덜 됐다"며 "준비가 안됐으면 변경해야지, 준비 안 됐는데 발표하나. (발표 규모는) 얘기 못한다. 결정 돼봐야 안다"고 말했다.
전날 이 위원장이 황진하·홍문표 공관위원 등과 함께 공관위 정상화에 합의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빠른 공천을 바라는 전국 예비후보자에 부응할 수 있도록 심사 속도를 더 빠르게 하기로 했다"고 말했지만 하루 만에 약속을 깨뜨린 것이나 다름없다. 공관위의 공천 심사 업무가 지체될수록 야당 후보와의 본선 대결에서 불리해질 수 밖에 없다.
공관위 내홍 사태도 아직 끝난게 아니다. 공천 살생부 파동, 여론조사 유출, 윤상현 의원 음주 막말 등 일련의 사태에 따른 계파간 갈등의 불씨가 사그라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공관위의 독립적 운영을 강조하며 김 대표를 비롯한 비박(비박근혜)계 의원들과 여전히 각을 세우고 있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7일에는 "당 대표는 공천에 관여하지 말라"고 직격탄을 날린 한편, 지난 7일에도 최고위원회의장을 직접 찾아 "공관위는 독립된 기관"이라며 "여기에 압력을 넣는 것은 누구도 용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공천 심사의 투명성·공정성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이 위원장이 공천 살생부 논란을 이유로 김 대표의 경선 발표를 미룬 반면, 윤상현 의원의 막말 파문에 대해선 "너무 많은 요소를 감안할 순 없다"며 입장을 바꾸면서 계파에 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이 위원장은 앞서 '비도덕·비인기자' '저성과자' '양반집 도련님' '월급쟁이' 등 공천 부적격 기준을 거론하며 현역의원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공언했지만 지금까지 컷오프된 현역은 김태환 의원 한명 뿐이다.
예비후보의 도덕성에 있어서도 엄격한 심사를 예고했지만 인사청탁 문자로 물의를 빚었던 A의원,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후보들이 공천 명단에 이름을 올리면서 공천 결과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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