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전국 아파트 단지 5곳 중 1곳이 관리비 회계감사에서 자료 누락 등으로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정부의 첫 합동감사에서는 관리비 횡령, 금품수수 등 312개 단지에서 1255건의 비리가 적발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척결추진단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공인회계사회, 경찰청과 합동으로 아파트에 대한 외부회계감사 실태점검 및 합동감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우선, 지난해부터 외부 회계감사가 의무화 된 300세대 이상 공동주택단지 9009개에 대한 회계감사 결과, 19.4%인 1610개 단지가 한정(1490개), 부적정(33개), 의견거절(87개) 등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상장기업의 회계처리부실 비율이 1% 안팎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부적합 판정을 받은 사유는 현금흐름표 미작성(43.9%)이 가장 많았고, 회계자료 누락·항목분류 등 회계처리 부적정(18.2%), 장기수선충당금 과소적립·목적외 사용 등(15.8%), 잡수익·잡비용·수익사업 관련(6.0%), 현금 및 통장 관련(2.5%) 등이 뒤를 이었다.
지역별로는 강원(36.8%), 전북(34.0%), 충북(32.2%), 서울(27.6%), 인천(26.9%), 세종(22.9%) 등에서 부적합 판정 비율이 높았다. 반면 제주(2.7%)와 경남(5.3%), 경북(8.2%)는 상대적으로 낮았다.
오균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은 "회계 부적정 처리에 대해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고, 불명확한 회계감사 관련 규정과 일부 고의적인 감사방해 행위가 있어 이에 대한 보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부조리·비리 등 문제가 드러난 단지에 대해서는 지자체를 통해 집중 감사를 실시해 조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간 429개 단지를 대상으로 실시한 첫 전국적 합동감사에서는 72%(312개) 단지에서 1255건의 비위 또는 부적정 사례가 적발됐다.
관리비 및 장기수선충당금, 수선유지비 등 각종 아파트 관련 공금 집행 분야가 416건이었고, 승강기 교체, 외부도색 등 시설물 보수 및 주택관리업체, 재활용품수거업체 등 업체 선정 분야는 189건을 차지했다. 입주자대표회의 및 선거관리위원회 운영 관련 공동주택관리 규약 위반 등 기타분야도 650건에 달했다. 정부는 이들 사안에 대해 수사의뢰, 시정명령, 과태료 부과 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경찰청도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 간 공동주택 관리비리 특별단속을 벌여 99건을 적발해 43건에 연루된 153명을 입건하고 나머지 56건을 수사 중이다. 이번 단속에서는 입주자대표회의 회장, 동대표, 관리사무소장 등의 관리비 횡령, 공사·용역업체 선정 과정에서의 금품수수 등 고질적 비리가 드러났다.
정부는 회계감사 실효성을 높이도록 외부회계감사 결과를 지자체에 제출하도록 해 감사업무에 활용하기로 했다. 감사방해 행위와 거짓자료 제출에 대한 제재를 현행 '1000만원 또는 500만원 이하 과태료'에서 주택법상 지자체 감사방해 행위 제재 수준인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대폭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올해 안에 공동주택관리법 등 개정을 추진한다.
영업정지 등 주택관리업자에 대한 처벌 이력을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공개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지금은 영업정지·과징금 등 행정처분을 받은 사실이 공개·조회되지 않아 처분이 종료된 주택관리업자의 과거 위법사실에 대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이밖에 지자체 감사, 외부회계감사, 경찰청 단속 등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강화하는 한편 입주민들이 'K-apt' 열람을 통해 감사결과와 관리비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감정원, 국토부, 서울시, 주택관리공단, 지자체 등 여러 기관에 분산 운영되고 있는 시스템을 통합하는 작업도 추진한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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