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김혜원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6시30분, 막 동이 튼 이른 시간에도 중국의 '정치 1번지'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人民大會堂) 앞에는 300여명이 꼬불꼬불 줄을 서 있었다. 영하에 가까운 매서운 날씨였지만 천안문(天安門) 광장 주변은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취재 열기로 후끈 달아올랐다. 평소보다 더 삼엄한 중국 공안의 경계 속에 목에 건 '증표' 없이는 출입이 전면 통제됐다.
전인대는 이틀 전 먼저 막을 올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와 함께 매년 3월 초 열리는 중국 최대 정치 행사 양회(兩會) 중 하나로, 중국 지도부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2900여명의 대표가 한 자리에 모인다. 특히 전인대 개막식은 국무원 총리가 직접 나서 한 해 중국 정책의 청사진을 공표하는 시간이 주어져 '양회의 꽃'으로 통한다.
칼바람을 맞으며 1시간여를 기다리자 경호 차량 두 대와 의장대 300여명을 태운 버스 넉대가 인민대회당 앞을 가로질렀다. 제복을 갖춰 입은 의장대는 도열한 후 먼저 입장했다. 이후 8시를 전후로 공식 입장이 시작됐다. 전통 의상을 입고 온 소수민족 대표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는데, 한민족 고유의 옷인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세 명의 참석자도 눈길을 끌었다.
보안대를 통과한 후 인민대회당 내부에 들어서자 간결하면서도 장엄한 기운에 이내 사로잡혔다. 2층에는 사전 배포한 업무보고 자료를 받으려는 외신 기자들이 발 빠르게 움직였다. 주최 측은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번역한 자료를 준비하는 배려도 보였다. 한정 수량 탓에 자료를 구하지 못한 일부 언론은 발을 동동 구르며 분주하게 돌아다녔다. 이 사이 전인대 대표들은 1층에 준비된 스탠딩 테이블에 속속 모여 이야기꽃을 피웠다.
인민대회당 3층에 마련된 프레스 전용석에 앉아 아래를 내려다보니 부채꼴 모양의 좌석과 마주한 주석대(主席臺) 단상이 한 눈에 들어왔다. 좌우에는 대형 전광판이 있었다.
때 마침 전인대 개막식을 알리는 알람이 크게 울려 퍼졌고 기념촬영에 분주했던 참석자들은 자리에 앉았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일순간 돌변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선두로 중국 최고 지도부인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이 줄지어 입장하고부터다. 박수갈채를 받으면서 꼿꼿한 자세로 입장한 시 주석은 눈인사 한번 없이 중앙 자리에 바로 앉았다.
전인대 참석 대상자 2943명 가운데 2890명이 출석하고 53명이 불참했다는 장더장(張德江) 전인대 상무위원장의 성원 보고에 이어 시 주석 왼쪽에 앉아 있던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곧바로 단상에 올랐다. 원문 자료로 36페이지에 달하는 리 총리의 업무보고는 총 113분 동안 이어졌는데 중간에 45차례 박수가 쏟아졌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전년보다 훨씬 무거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 주석의 표정은 시종일관 굳어 있었으며 한 차례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리 총리도 땀을 많이 흘리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정협 개막식 분위기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하면 '긴장(tense)'이었다고 평가했는데 전인대 역시 비슷한 모습이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양회는 '양회블루(兩會藍·양회 기간 맑은 날씨)'도 없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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