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부회장 초석 쌓고, 윤부근·김현석 사장 3대째 이어 '초격차'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이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총괄 부사장을 처음 맡았던 2003년, 당시 최 부사장은 "3년 내 세계 1위 TV 업체인 소니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단순히 세계 1위를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지난 30년간 전자왕국으로 군림해온 일본을 제치고 삼성전자가 '새로운 전자왕국'이 될 것이라는 선언이었다. 그로부터 3년 뒤인 2006년 삼성전자는 세계 평판TV 시장에서 마침내 1위 자리에 올라섰다. 매출 기준 점유율은 14.2%, 수량 기준 점유율은 10.6%.
다시 시간이 흘러 삼성전자가 처음 1위에 오른지 꼭 10년이 되는 지난 2015년, TV부문에서 삼성전자의 독점적 위치는 더욱 공고해졌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지난해 삼성전자 점유율은 매출 기준으로 27.5%, 수량 기준으로 21%를 기록했다.
10년새 각각 13.3%포인트, 9.4%포인트 성장했다. 10년 연속 1위 자리를 놓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지난 10년간 삼성전자가 세계에 판매한 TV는 4억2700만대에 달한다.
미국, 일본 TV 업체들의 반격과 중국 TV 업체들의 추격에도 불구하고 매년 신기술을 총동원해 TV 시장을 주도하면서 얻은 값진 결과다.
초석은 최지성 부회장이 쌓았다. 1971년 파나마에 흑백 TV를 처음으로 수출하며 시작한 삼성전자의 TV 사업은 한동안 일본의 뒤를 쫓아가는데 급급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2003년 TV 사업을 맡은 뒤 브라운관에서 LCD, PDP로 전환되는 시기를 겨냥해 승부수를 띄웠다.
이미 기술력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지만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이 문제였다. 그때만해도 TV 하면 상자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이 전부였다. 디자인 혁신을 주문한 최 부회장은 2006년 와인잔을 형상화한 '보르도TV'를 내놓으며 세계 평판 TV 시장 1위를 차지했다.
이후 2008년에는 유리로 감싼듯 한 느낌을 주는 '크리스털 로즈TV'를 내놓으며 마침내 세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삼성의 'TV왕국 DNA'는 최 부회장에 이어 윤부근 소비자가전부문장(사장), 김현석 TV사업부장(사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 사장은 TV 시장의 기술을 주도해 왔다. 삼성전자가 3차원(3D) TV를 만들면 전 세계 TV 업체들이 3D에 주목하고, 스마트TV를 앞세우면 너나 할 것 없이 스마트TV에 꽂힌다.
3대째 TV사업부장을 이어받은 김현석 사장은 SUHD TV를 내놓으며 TV 본연의 경쟁력인 '화질'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유행은 변하지만 기본은 영원하다는 철학에서다. 지난 10년 간 최지성 부회장, 윤부근 사장, 김현석 사장이 함께 쌓아온 축적의 시간이 TV왕국의 경쟁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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