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지난해 법원 경매 차량이 역대 최고치인 1만대에 육박했다. 개인 사정으로 진행되는 일반 경매와 달리 법원 경매는 대부분 채무가 엮여 있다. 법원 경매차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좋지 않다는 뜻이다.
2일 경매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법원에 나온 경매 차량은 총 9545대로 전년대비 30%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등록 대수는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10년 처음으로 3000건을 넘어선 이후 2011년 3510대, 2012년 3684대, 2013년 5378대, 2014년 7302대로 꾸준히 늘었다. 올 들어서도 2월까지 1600여대가 등록된 점을 감안하면 1만대 돌파 가능성도 제기된다.
법원 경매는 채권자 신청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개인 사정으로 이뤄지는 일반 경매와 성격이 다르다. 여기에 국가 세금 체납으로 문제가 발생한 차도 공매로 넘어가기 때문에 법원 경매차는 리스비용 채납과 개인채무 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이창동 지지옥션 경매자문센터 연구원은 "경기침체로 인해 법원 경매에 나오는 차량이 눈에 띄게 급증했다"며 "과태료와 보험료는 물론 이제는 자동차 할부금을 내지 못해 넘어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자동차 할부 금융 혜택이 늘어나며 목돈 없이도 고가의 수입차를 살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원금을 갚지 못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차량이 그만큼 증가한 것이다. 싼값에 경매로 올라와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진행건수 대비 낙찰건수를 뜻하는 낙찰률의 경우 2011년 43.1%를 시작으로 줄곧 42~43%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건 중 1건도 팔리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설령 팔리더라도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법원 경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은 4025대의 총 감정가는 역대 최고액인 590억원에 달했지만 실제 금액은 466억원에 그쳤다. 낙찰가율 역시 79%를 기록해 사상 첫 80% 밑으로 떨어졌다.
경매 업계 관계자는 "차량 가격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며 경매로 넘겨 채무를 해결하려는 채권자들이 늘고 있다"며 "경매를 통해 저렴한 가격에 차를 살 수 있는데도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 역시 경기침체의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