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1월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사상 최장기간인 47개월 연속 흑자기조를 이어갔다. 하지만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가 계속되는데다 수출, 수입 감소폭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2일 발표한 '1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1월 경상수지는 70억6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12년 3월 이후 47개월째 사상 최장 흑자 기록이다.
경상수지 중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81억1000만달러로 전월 106억8000만달러에 비해 줄었다.
상품수지 흑자는 지난달에 이어 수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큰 '불황형 흑자'를 보였다. 1월 상품수지 수출은 379억달러, 수입은 297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은 2010년 2월(313억6000만달러) 이후, 수입은 2009년 11월(292억6000만달러) 이후 최저치다.
수출, 수입 감소폭은 각각 전월 대비 15.8%, 23.1%로 수입 감소폭이 수출에 비해 컸다.
한은 관계자는 "1월 디스플레이패널과 석유제품, 선박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수출이 크게 감소했다"며 "지역별로는 EU를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은 유가 하락 영향으로 인해 원자재가 작년 12월에 비해 28.8% 감소하고 자본재, 소비재 등이 줄었다"고 덧붙였다.
불황형 흑자는 경기가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 수출과 수입이 함께 둔화되면서 수입이 수출 감소량 보다 더 많이 줄어들어 발생하는 것을 뜻한다. 불황형 흑자가 계속될 경우 소비부진이나 기업들의 국내 투자 감소가 이어져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대외경쟁력 약화로 인한 수출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 국내 일자리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
서비스수지는 지난해 12월 17억달러 적자에서 1월 19억달러로 적자폭이 확대됐다. 한은 관계자는 "지식재산권사용료수지가 흑자로 전환했음에도 불구하고 건설수지가 악화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수지 중 지식재산권사용료는 지난해 12월 2억2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1월 중 2000만달러 흑자로 전환했다. 반면 건설수지는 1월 6억9000만달러로 전월(13억4000만달러)에 비해 흑자폭이 반토막났다.
여행(-9억5000만달러→-8억8000만달러)과 기타사업서비스(--11억4000만달러→-10억2000만달러)로 적자폭이 줄었지만 가공서비스(-5억5000만달러→-6억달러)와 운송(-1억달러→-1억6000만달러)은 적자폭이 확대됐다.
상품·서비스 거래가 없는 자본 유출입을 보여주는 금융계정은 1월 64억8000만달러 순자산이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1월 직접투자가 7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해 전월에 비해 14억9000만달러 감소했다. 내국인 해외투자와 외국인 국내투자가 각각 4억달러와 4억7000만달러 증가를 나타내면서 전월(36억5000만달러, 22억4000만달러)에 비해 줄었다.
증권투자는 46억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해 전월(64억5000만달러)에 비해 감소했다.
증권에서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지난해 6월(-7700만 달러)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나타냈다.
파생금융상품은 12억1000만달러로 지난해 12월(4억2000만달러)에 비해 증가했다. 기타투자는 자산과 부채 감소로 인해 지난해 12월 15억달러에서 3억달러로 감소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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