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봉제업체 M사 개성공단 직원 7명 중 6명 권고사직
“고용유지 말도 못 꺼내…실업급여라도 받게 퇴사처리라도 빨리”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개성공단에서 여성복과 아웃도어를 생산하는 M사는 최근 공단 주재 근로자 7명 중 6명을 회사에서 내보냈다.
중소 규모의 섬유봉제업체와 남측에 본사를 두고 개성공단에만 공장을 둔 기업들을 중심으로 권고사직 형태의 해고가 이어지고 있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섬유봉제업체 M사 고위 관계자는 29일 "지난 10일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을 발표한 후 공단 주재 근로자 7명 중 6명이 권고사직으로 회사를 떠났다"며 "본사에서 근무하는 직원들 중 80%도 권고사직서를 써 회사를 그만뒀거나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2004년부터 공장을 가동해 북한 근로자 780여명을 두고 1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이제는 물건을 만들 설비도, 공장도 없다. 당장 내다 팔거나 납품할 재고도 없는 상황이다. 개성공단과 서울 본사를 포함해 이 회사 근로자 22명 중 14명이 벌써 회사를 그만뒀다.
이곳 근로자들은 권고사직을 당하면서도 회사에 항변도 못했다. 졸지에 실업자가 된 직원들은 오히려 회사에 실여급여라도 받을 수 있도록 빠른 퇴직처리를 부탁했다.
이 관계자는 "본사에 근무하는 직원들 중엔 서른 안팎의 청년들이 많았다"며 "개성공단 문이 다시 열리면 복귀시키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괴로워했다.
의류업체 G사 관리책임자는 "개성공단에 근무하던 근로자 중 상당수가 이미 사표를 썼고, 사표를 종용하는 기업들도 있다고 들었다"며 "기업들의 피해가 크다는 건 알지만 정부 발표 어딜봐도 근로자에 대한 얘기는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는 "개성공단 입주기업 중 해외 여러 곳에 공장을 둔 대형업체에서도 권고사직 얘기가 나온다"며 "개성공단 입주기업 비상대책위원회가 기업들에 '어렵더라도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협조 공문을 보냈지만 공문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한편 비상대책위원회는 다음 달 2일 비상총회 직후 개성공단 근로자협의회를 발족, 고용문제 등 비대위 차원에서 공식적인 대책을 마련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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