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나 1주일 만에 생애 첫 우승, 스피스는 139억원 잭팟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홀인원 5년, 이글은 3년."
아마추어골퍼들 사이에는 "홀인원을 하면 5년 동안 행운이 따른다"는 속설이 있다. 확률이 불과 1만2000분의 1, 복권을 사거나 은근히 승진을 기대하는 이유다. 이글의 유효기간은 상대적으로 짧은 3년이다. 샷 이글의 확률은 홀인원과 비슷하지만 장타자들은 파5홀에서 '2온 1퍼트' 퍼팅 이글을 잡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으로 희소가치가 떨어진다는 게 출발점이다.
장하나(24ㆍBC카드)가 대표적이다. 지난달 31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2016시즌 개막전 바하마클래식 셋째날 LPGA투어 역사상 첫 '파4홀 홀인원'이라는 진기록을 작성했다. 바로 홀인원이자 한꺼번에 3타를 줄이는 알바트로스(albatross)다. 파5홀에서 두번째 샷이 그대로 들어가는 확률은 200만분의 1, 장하나처럼 티 샷을 홀인시키는 확률은 585만분의 1로 추산한다.
1년에 길거리를 가다가 벼락에 맞을 확률 100만분의 1 보다 낮고, 로또복권의 1등에 당첨되는 확률 864만분의 1에 버금가는 행운이다. 1주일 뒤 코츠챔피언십에서 곧바로 생애 첫 우승을 일궈냈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파4홀 홀인원'이 프로선수에게는 최고의 가치가 있는 우승, 그것도 생애 첫 우승으로 직결된 셈이다. 이른바 '홀인원 약발'이다.
물론 진기록과 우승과의 연관성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건 아니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분위기를 바꾸는 동시에 자신감을 심어주는 동력으로 작용하는 건 분명하다. 지난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입성한 루키 저스틴 토마스(미국)가 비슷하다. 7월 그린브라이어클래식 첫날 18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터뜨린 뒤 4개월 만인 11월 2015/2016시즌으로 치러진 CIMB클래식에서 첫 우승을 수확했다.
제이슨 더프너(미국)는 지난해 6월 메모리얼토너먼트 둘째날 16번홀(파3)에서 홀인원을 맛봤고, 8개월 후 커리어빌더챌린지에서 통산 4승째를 기록했다. 2003년 8월 PGA챔피언십 우승 이후 3년 만이다. 특히 지난해 아내 어맨다 보이드와 이혼하는 과정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불륜을 저질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충격을 받아 세계랭킹 120위로 추락한 시점에서다. 아픈 상처를 말끔하게 치유하는 돌파구가 됐다.
'신세대 아이콘' 리키 파울러(미국)는 홀인원으로 가속도가 붙은 사례다. 지난해 5월 더플레이어스 우승으로 "과대평가됐다'는 거품논란을 털어버렸고, 7월 퀴큰론스 첫날 9번홀(파3)에서 에이스를 잡은 뒤 9월 '플레이오프(PO) 2차전' 도이체방크를 제패해 월드스타의 반열에 올라섰다. 지난달 24일 유러피언(EPGA)투어 아부다비HSBC골프챔피언십에서는 조던 스피스(미국)와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를 모두 제압해 '넘버 1 경쟁'에 뛰어들었다.
스피스에게는 '139억원 잭팟'으로 직결됐다. 지난해 9월 'PO 3차전' BMW챔피언십 1라운드 2번홀(파3)에서, 그것도 그린 근처에 떨어진 공이 튀어 올라 홀인되는 행운의 홀인원을 잡았고, 그 다음주 'PO 최종 4차전' 투어챔피언십 우승으로 역대 최연소 페덱스컵 챔프에 등극했다. 우승상금 148만5000달러에 페덱스컵 보너스가 1000만 달러 한 방에 1148만5000달러를 벌었다.
스피스는 12월 타이거 우즈(미국)가 호스트로 나선 특급이벤트 히어로월드챌린지 1라운드 2번홀(파3)에서 또 다시 홀인원을 하더니 지난달 11일 현대토너먼트에서 30언더파 262타라는 엄청난 우승 스코어로 일찌감치 2016시즌 1승을 올렸다. 2003년 어니 엘스(남아공)에 이어 PGA투어 역사상 두번째 30언더파다. 두 차례의 홀인원 모두 '돈 잔치와 불멸의 기록'으로 이어졌다는 게 재미있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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