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터 '한 손 퍼팅', 톰프슨 '눈 감고', 미셸 위 '엎드려서', 최경주 '홍두깨 그립'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노우래 기자] "한 손으로 퍼팅하고, 눈 감고 때리고, 자세와 그립 다 바꾸고."
골프에서 가장 자유로운 분야가 유일하게 퍼팅이다. 퍼터의 길이와 모양부터 제각각이고, 선수들의 스트로크 자세와 그립 등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퍼팅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300야드짜리 드라이브 샷이나 30㎝ 거리의 퍼팅이나 똑같은 1타다. 아마추어골퍼 역시 퍼팅에서 희비가 엇갈리는 이유다. 퍼팅을 잘하기 위해 영혼까지 팔고 싶은 선수들의 '이색퍼팅'이 최근 화제다.
먼저 이언 폴터(잉글랜드)의 '한 손 퍼팅'이다.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골프장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피닉스오픈 2라운드에서 여러차례 시도했다. 첫날 퍼팅 수가 평균 1.90개에 육박하면서 3오버파의 난조를 보인 게 출발점이다. "너무 무성의한 플레이"라는 지적에 대해 "퍼팅이 안 될 때 한 손으로 하면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렉시 톰프슨(미국)은 아예 눈 감는 방법을 선택했다. 지난 5일 미국 플로리다주 오칼라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코츠챔피언십 1라운드에서다. 장타는 물론 지난해 그린적중률 1위의 '송곳 아이언 샷'을 장착했지만 매번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고 있는 상황이다. 짧은 퍼팅을 번번이 놓치는 것을 보면 안타까울 정도다. "눈을 감으면 마음이 편해지고 스트로크가 부드러워진다"고 했다.
미셸 위(미국)는 이미 'ㄱ자 퍼팅'이 트레이드 마크다. 허리를 90도로 꺾어 스트로크하는 방식이다. "보기에 민망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미셸 위는 오히려 "편안하고, 공이 일관성 있게 구르는 것 같다"고 자랑했다. 2013년부터 이 자세를 고수하고 있고, 다행히 2014년 롯데챔피언십에서 3년8개월 만에 통산 3승째를 거둔 뒤 2개월 뒤 US여자오픈에서는 메이저우승을 차지해 성능을 입증했다.
'이색퍼팅'의 원조는 사실 최경주(46ㆍSK텔레콤)다. 2010년 디오픈에서 그립이 2개 있는 퍼터로 볼링을 치듯 공을 정면에서 바라보고 옆으로 굴리는 '크리켓 퍼팅'으로 충격적인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처음에는 "이 퍼터의 원리를 신뢰하고 있다"고 고집을 부렸다가 이내 뜻을 접고 정상적인 자세로 돌아왔다. 다음 행보가 '홍두깨 그립'으로 이어졌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반 퍼터에 비해 그립이 두 배 이상 두꺼운 '점보그립'이다. 2005년 TV광고를 통해 우연히 이 그립을 접했다. 최경주는 "손목이 꺾이는 나쁜 버릇을 없애는 동시에 어깨로만 퍼팅을 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지금은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 등 대다수 투어선수들이 선호하는 슈퍼스트로크 그립이다. 스피스는 왼손이 아래로 내려가는 '크로스핸드 그립'을 더해 독보적인 퍼팅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마지막은 퍼터를 잡는 그립법이다. 크리스 디마르코(미국)가 대표적이다. 왼손은 그대로 두고 오른손을 타깃 방향으로 거꾸로 잡는 일명 '싸이코 퍼팅그립'으로 유명하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샤프트를 끼우는 방식이다. '섹시아이콘' 나탈리 걸비스(미국)는 한 발 더 나가 오른손을 한참 내려잡는 '스플릿 그립'으로, 마크 캘커베키아(미국)는 마치 페인트를 칠하는 붓을 잡는 형태의 '페인트 브러시 그립'으로 뉴스가 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노우래 기자 golfm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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