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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X파일] 살벌한 병실 인연, 단돈 6만원에 생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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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외판원’ 살인범, 자영업자 상대 사기행각…‘웹하드 쿠폰’ 수표로 속여 돈 챙겨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월세로 계약하겠다. 봉투 속에 이런 수표가 들어 있는데 1억 1000만 원짜리다.”


2014년 6월 강릉의 한 모텔. 자영업자 입장에서 들어온 손님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월 단위로 방을 계약하겠다고 하니 환영할 입장이다.

40대 A씨는 모텔 주인에게 수표처럼 생긴 봉투를 보관해 달라며 건넸다. 모양은 진짜 수표와 유사하게 생겼다.


“내일 건축일 하는 사장이 오면 건네주면 된다. 그러니 우선 200만 원을 먼저 현금으로 빌려 달라 봉투 속에 있는 수표 금액으로 해결해 주겠다.”

A씨는 그렇게 200만 원을 받았다. 자기앞 수표처럼 생긴 것을 보여줬지만, 그것은 돈이 아니라 웹하드를 이용할 수 있는 포인트가 적힌 쿠폰이었다.


A씨의 어설픈 사기 행각은 계속됐다. 2014년 7월 대구의 핫도그 가게에 들어가 “주변 공사현장 인부들의 6개월 간식을 주문하려고 한다. 당신 가게는 사업자 번호가 없으니 일단 공사장 내 식당의 사업자 번호를 빌려주겠다. 비용으로 15만 원을 달라”고 말했다.


물론 A씨 말은 거짓말이었다. 15만원을 얻어내려 ‘6개월 인부 간식’ 운운하며 속인 것이었다. A씨는 2014년 11월에도 부산의 식당을 찾아가 “건설회사 직원 간식으로 매달 130만 원의 간식을 구매할 예정”이라고 속여 3만 원을 받아 갔다.


A씨는 건설회사에 다닌 적도 없고 직원 간식을 주문할 입장도 아니었다. A씨는 별다른 직업이 없는 인물이었다. 그는 2009년 5월 강도상해죄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2014년 2월 교도소를 나온 뒤 이러한 사기행각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을 울렸다.


[법조X파일] 살벌한 병실 인연, 단돈 6만원에 생명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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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A씨의 범죄 행위는 사기에 그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비극의 씨앗은 같은 병실의 옆자리 인연이었다. 지난해 3월 A씨는 자신의 어머니가 입원한 병원의 같은 병실에서 입원치료 중이던 50대 여성 B씨를 알게 됐다.


B씨는 화장품 외판원이었다. A씨는 B씨가 화장품 외판원을 하니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닐 것으로 판단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내가 살던 마을 부근에 화장품을 살 만한 사람들이 있는 것 같으니 소개해 주겠다”면서 B씨를 불러냈다.


A씨는 B씨 승용차를 타고 그 장소로 갔지만, 화장품을 살 만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A씨는 돌변했다. B씨 목을 졸라 살해한 뒤 돈을 빼앗았다. B씨는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닐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의 지갑에는 현금 6만 원이 있을 뿐이었다.


A씨는 B씨의 현금과 신용카드 등을 빼앗아 달아났고, B씨는 하천변에 버려뒀다. B씨는 지난해 병원에 입원할 때만 해도 자신이 그렇게 세상을 떠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같은 병실의 보호자로만 알았던 사람이 자신의 생명을 노리고 있을지 어찌 알았겠는가.


A씨는 살인 범죄를 저지를 당시 사기 혐의와 관련해 경찰 조사를 받은 이후였다고 한다. 경찰 감시망에 놓여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범행을 저지른 셈이다.


A씨는 1심에서 징역 30년,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의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다수의 피해자에게 사기, 절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던 중 급기야 강도살인죄까지 범했다”고 지적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피고인은 강도 살인 범행 후 보석 판매점 등을 돌아다니며 피해자 신용카드로 귀금속을 구입하는 등 그 범행 후 정황도 좋지 않다”면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이를 받아들이면서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됐다.


같은 병실에서 함께 입원했던 인연은 되돌릴 수 없는 비극적인 사건의 불씨가 되고 말았다. 어설프고 엉뚱한 주장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을 속여 돈을 타낸 A씨는 결국 사람의 목숨까지 빼앗고 말았다.


거액의 현금을 기대했던 A씨는 화장품 외판원을 외딴곳으로 유인해 살해했지만, 그가 손에 쥔 금액은 단돈 6만 원에 불과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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