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산 냉동막창, 냉장상태로 유통…일반 택배 이용, 아이스팩 넣고 배달하기도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연탄불에 노릇노릇 익은 ‘대구 막창’ 안주 삼아 차가운 소주 한 잔. 친구들과 둘러앉아 세상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면 스트레스는 자연스럽게 풀린다. “친구야, 한잔 하자!” 쨍하고 부딪히면 특유의 유리 마찰음이 더 정감 있게 다가온다.
막창은 소의 제4위(일명 홍창)와 돼지의 직장 부위를 의미하는 말이라고 한다. 조선 선조시대 때부터 막창을 먹었지만, 특별한 조리법이 없어 명맥을 유지하는 수준이었다.
1970년대 대구 남구의 한 식당에서 막창을 된장에 찍어 먹는 ‘된장 소스’를 개발했고, 대중적인 사랑을 듬뿍 받아 지금의 ‘대구 막창’이 탄생하게 된다. 대구광역시는 2006년 5월 대구 막창을 ‘대구 10味’로 선정하며 지역 대표 특화음식에 힘을 실었다.
대구 막창은 다른 곳에서 맛보기 어려운 말 그대로 ‘별미(別味)’로 명성을 쌓았다. 지금은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등 전국에 관련 음식점이 생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막창은 특유의 쫄깃하면서도 맛좋은 질감으로 사랑받는다. 문제는 ‘위생관리’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여름은 물론이고 날씨가 선선한 늦가을에도 자칫하면 부패하기 쉽다.
수많은 대구 막창 애호가들이 안심하고 음식을 즐기려면 위생적인 유통과정이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근 검찰 수사 결과는 주목할 부분이다.
대구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김주필)는 최근 대구 막창 유통의문제점을 적발해 관련자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대구식품의약품안전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과의 합동 단속이었다.
수입 냉동막창 원료육을 냉장 상태로 대량 유통하거나 냉동 막창을 냉동설비 없이 택배 등을 이용해 ‘실온 유통’한 혐의다.
검찰 조사 결과, 대구 막창의 국내 생산량은 20% 수준이다. 특히 소 막창은 국내산이 4~5%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미국, 칠레, 스페인, 캐나다, 독일, 프랑스 등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수입품은 당연히 냉동 상태로 들여온다.
냉동식품은 해동 또는 냉장으로 유통해서는 안 된다. 쉽게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막창은 변질 가능성이 크다. 냉동식품은 영하 18도 이하에서 유통해야 한다. 냉동차량을 이용한 유통이 필요한 이유다.
검찰 조사 결과, 아이스팩을 넣은 종이상자로 포장해 퀵서비스나 일반 택배 차량으로 전국의 막창 전문 음식점에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제조업체에서 가공, 냉동 보관 중인 막창을 수거해 검사한 결과 대장균, 식중독균 등이 검출됐다.
막창 완제품의 포장을 뜯은 뒤 단순히 재분할하면서 5~10일 이상 유통기한을 임의로 연장해 판매한 사례도 적발됐다. 매월 1회 이상 ‘자가 품질검사’를 실시해야 하는데 검사를 하지 않거나 거래내용 서류를 작성하지 않은 채 유통업체에 판매한 사례도 적발됐다.
검찰은 “냉동 수입막창을 냉장제품으로 유통하거나 외국산을 국내산으로 허위 표시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면서 “택배유통은 배송기간이 통상 2일 이상 소요되는데 기온이 낮은 11월에도 부패 정도가 심해 음식재료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해 보상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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