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법조X파일] 치킨 먹고 시신훼손?…무너진 시나리오

시계아이콘02분 06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부천 초등학생 시신훼손, 검·경 엇갈린 수사결과…숨진 날짜 섣부른 단정, 사건 본질 흐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법조 X파일’은 흥미로운 내용의 법원 판결이나 검찰 수사결과를 둘러싼 뒷얘기 등을 해설기사나 취재후기 형식으로 전하는 코너입니다.

“장기를 훼손하는 영화를 보고 도구를 구입했다.”


부천 초등학생 A(사건당시 7세)군은 2012년 11월 숨졌다. 그의 시체는 훼손됐다. 훼손의 주체는 친아버지 B(33)씨다. B씨는 영화를 보고 도구를 샀다고 밝혔다. 공포영화를 현실에서 실행한 B씨, 그의 행동 배경은 무엇일까.

이번 사건이 중요한 이유는 단지 엽기적인 내용 때문만은 아니다. 자식을 ‘소유물’로 여기는 부모의 잘못된 행태, 그 원인분석을 위해서라도 차분하고 면밀하게 접근해야 한다.


특히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은 ‘섣부른 단정’이다. 부천 초등학생 사망 사건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엽기 사건’이 터졌을 때 흔히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자극적인 내용에 여론의 시선이 쏠리는 모습이다.

경찰 발표를 토대로 언론이 전한 사건의 시나리오는 분명 충격적인 내용이다. A군은 2012년 11월8일 숨졌는데 B씨 부부는 11월9일 치킨을 배달시켜 함께 먹은 뒤 아들 시신을 훼손했다는 내용이다. B씨는 오후 9시 치킨을 배달시킨 후 아내와 함께 먹었고, 오후 10시 이후 시신을 훼손했다는 얘기다.


[법조X파일] 치킨 먹고 시신훼손?…무너진 시나리오 영화 '악마를 보았다'의 한 장면.
AD


공포영화에서도 쉽게 보기 힘든 장면이다. 여론의 분노는 당연한 결과였다. 사람으로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행동 아닌가. 하지만 인천지검 부천지청이 발표한 수사 결과는 경찰 발표와는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경찰은 A군이 11월8일 숨진 것으로 판단했지만, 검찰은 11월3일 사망했다고 수정했다. 검찰은 B씨 부부의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추적했다. A군은 11월3일 숨을 거뒀으며, B씨 부부는 11월5~6일 시신훼손에 사용할 도구를 대형마트에서 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이 파악한 시신훼손 시점은 11월6일부터 8일까지다. 그렇다면 11월9일 저녁 치킨을 시켜 먹은 직후 시신을 훼손했다는 시나리오는 무너진다. A군의 시신이 훼손된 이후인 11월9일 또는 11월10일, 11월11일 B씨 부부가 무엇을 먹었는지는 크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자극적인 내용의 ‘치킨’ 논란에 여론의 시선이 쏠린 이후 사건의 본질이 가려졌다는 점이다.


A군은 어떻게 숨지게 됐을까. 그에 대한 학대의 원인은 무엇일까. A군이 상습적인 학대를 당하다가 숨지기 전까지 목숨을 구할 기회는 없었을까. ‘사회 보호망’의 현주소는 어떠할까. A군 사건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떠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까.


이번 사건을 놓고 짚고 넘어가야 할 지점은 하나둘이 아니다. 치킨 논란에 가려졌지만, 짚고 넘어야 할 부분을 살펴보자.


우선 A군이 숨지게 된 과정이다. B씨는 2012년 4월부터 11월까지 A군을 학교에 보내지 않았다. 특별한 직업이 없던 B씨는 집에서 A군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A군은 지속적인 학대를 당했다.


훈육 방식의 문제가 원인이었다. B씨는 A군이 자신을 닮아 고집이 세다고 느꼈다. 때려서라도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A군은 지속적인 학대로 몸이 쇠약해진 상태였다. 2012년 10월 욕실 바닥에 넘어졌다가 깨어난 A군은 며칠간 거동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소변도 누워서 볼 정도로 기아와 탈진상태가 이어졌다.


[법조X파일] 치킨 먹고 시신훼손?…무너진 시나리오 부천 초등생 살해 아버지. 사진=YTN 뉴스 캡쳐


B씨는 자신의 학대 사실이 드러날까 두려워서 A군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 결국 B씨 부부는 자신의 친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A군이 숨을 거둔 뒤 이를 감추고자 시신을 훼손했다.


B씨 부부에게는 A군 친동생인 딸(8)이 있다. 딸은 또 다른 피해자다. 아직은 어린 나이인 관계로 사건의 실체를 다 파악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딸은 오빠인 A군이 심한 학대를 받는 장면을 지켜보며 이상한 행동을 하게 됐다고 한다.


검찰은 “학대당하는 걸 보니까 자기는 과장된 행동으로라도 부모 사랑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한 듯하다”면서 “버림받지 않으려는 그런 행동들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사실이 아닌 데도) ‘학생 대표로 선생님한테 상 받았다’는 내용을 부모에게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B씨 부부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딸에 대한 친권을 유지하고자 애썼지만, 검찰은 ‘친권 상실’이 적정하다는 판단에 따라 관련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A군 가족의 비극적인 삶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A군 가족의 개인적인 일로 봐야 할까. 아니면 사회의 그늘진 단면을 드러낸 상징적인 사건일까. 이번 사건을 통해 사회적인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비극은 재연될지도 모른다. 외부와 단절된 가정이라는 공간에서 지속적인 학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제2, 제3의 A군에게 이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