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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감독으로 산다는 것]"난 자식 많은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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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 먹는 것부터 입는 것, 정신상태까지 챙기는 그들의 24시
유재학 감독 "난 한 겨울에 반팔 입고 돌아다녀도 선수들은 예외없이 마스크 착용시킨다"
식자재 상태도 점검, 질 나쁘면 돌려보내

[대한민국에서 감독으로 산다는 것]"난 자식 많은 엄마다" 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사진=김현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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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김형민 기자, 김세영 기자] 남자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의 훈련장은 경기도 기흥에 있다. 지상 2층짜리 체육관과 50m 거리에 지하 1층, 지상 3층 높이의 선수단 숙소가 나란히 붙어 있다. 이곳은 유재학 감독(53)의 생활 터전이다. 그는 영하 8도를 밑도는 2월의 쌀쌀한 날씨에도 반바지 차림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러면서 "잰 걸음으로 15초면 건물을 드나들 수 있다. 추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며 웃었다.

◆훈련장에서=유 감독을 따라 들어선 체육관. 반짝반짝 윤이 나는 코트가 시선을 사로잡는 한편 선수들의 땀 냄새가 짙게 밴 탁한 공기가 코를 파고든다. 강도 높은 훈련의 산물이다. 유 감독은 "매일 드나들면 독특한 체취에 머리가 어지럽다"면서도 "원정 경기 등으로 오래 훈련장을 비우면 이 냄새가 그리울 때도 있다"고 했다.


그에게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이 가족이다. 설 연휴(6~10일)에도 두 차례 경기(7·9일)가 열려 명절을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보냈다. 1997년 대우 제우스 코치로 프로팀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추석이나 설을 가족들과 보낸 기억이 없다. 하루 정도 짬이 나면 가족들과 모이기도 하지만 감독으로 일한 뒤에는 이마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했다.

유 감독은 오전 6시 30분에 일어나 오전 훈련을 시작하는 선수단을 지켜보며 하루를 연다. 아침 식사부터 전술 훈련과 연습경기, 개인 운동으로 이어지는 일과를 꼼꼼히 챙긴다. 가급적 개인 약속도 잡지 않고 훈련장에 상주한다. "고등학교(경복고)나 대학교(연세대) 동문회 모임 등 불가피한 행사를 제외하면 야간에 숙소를 비우는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라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감독으로 산다는 것]"난 자식 많은 엄마다" 유재학 감독[사진=김현민 기자]


훈련 때는 지시사항을 제대로 따르지 못하는 선수에게 불호령도 서슴지 않는다. 그는 말수가 적고 늘 굳은 표정으로 선수들을 대해 한 마디에도 체육관 공기가 냉랭하지만 선수단의 건강과 체력 관리에는 누구보다 철저하다. 어패류 등 날 음식은 용납하지 않고, 탄산음료도 금지한다. 이 원칙은 외국인 선수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는 "부식차가 들어오면 육류와 채소 등 식자재의 상태를 먼저 점검하고, 질이 나쁜 재료는 가차 없이 돌려보낸다. 공급 업체에 주의를 주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구단에 통보해 업체를 바꾸기도 한다"고 했다.


선수단에 자율을 보장하기 위해 훈련 외 시간에는 2~3층에 있는 숙소에 절대 올라가지 않는 것도 그가 세운 원칙이다. 대신 휴대폰 게임 등으로 훈련장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면 강한 질책과 사생활 통제를 한다. 경기장을 오갈 때 날씨가 쌀쌀하면 예외 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도 그가 정한 규칙이다. 그는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부분은 타협 없이 밀어붙이는 게 감독의 역할"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여느 지도자들과 마찬가지로 늘 고독과 싸웠다. 아내 김주연(53) 씨와 지금은 성인이 된 아들 선호(26) 군, 딸 선아(23) 양을 2001년부터 미국에 유학 보내고 지난해까지 14년 동안 '기러기 아빠'로 지냈다. 떨어져 지낼 때는 화상 컴퓨터로 자주 연락을 하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한다. 그에게는 '독사' 같은 이미지로 선수들을 몰아세우면서도 이면에 이러한 아버지의 애틋함이 공존한다. 선수들 앞에서 눈물로 사과를 한 일화도 있다.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을 이룬 2007년의 일이다. "감독은 팀의 전술 구성상 에이스 한두 명으로 중심을 잡고 나머지 선수들을 필요에 맞춰 각 포지션에 배치하는 일이 다반사다. 익숙한 역할을 억지로 바꿔야 하는 선수들도 있다. 그들에게 틀에 짜인 임무를 강요하면서 창의적인 플레이를 차단하는 게 마음에 걸렸다"고 했다. 고민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대한민국에서 감독으로 산다는 것]"난 자식 많은 엄마다" 김세진 감독[사진=김현민 기자]


OK저축은행 김세진 감독, 시합 땐 선수들과 눈빛만으로 소통
"내 표정·몸짓에 사기가 올라가고 내려간다"
기분 좋으면 같이 클럽 가서 놀기도


◆경기장에서=유 감독이 20년 동안 프로 지도자로 산전수전을 겪은 베테랑이라면 김세진 감독(42)은 남자 프로배구 4년 차인 젊은 사령탑이다. 그는 2013년 5월 6일 신생팀 OK저축은행의 지휘봉을 잡았다. 대학교 3학년생인 어린 선수들로 팀을 꾸린 그는 지난 시즌 창단 2년 만에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기적을 일으켰다"고 소감을 대신했으나 그는 맏형처럼 코트 안팎에서 선수단을 통솔해 성과를 냈다. 그는 2m에 육박하는 큰 키(197㎝)로 경기 중 선수들과 함께 호흡한다. 상대가 서브를 넣으면 양 손을 무릎에 받치고 구부정한 자세로 리시브 동작에 집중하고, 접전 끝에 득점을 하거나 어려운 경기를 이기면 펄쩍펄쩍 뛰면서 기뻐한다. 그는 "선수들이 어리다보니 감정에 따라 경기 양상이 크게 바뀐다. 코트 옆에서 몸짓으로 사기를 북돋우거나 흥분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고 했다. OK저축은행 선수들은 고비마다 김 감독에게 눈짓으로 작전을 요청하기도 한다. 손으로 숫자 '7'을 가리켜 서브를 70% 강도로 넣으라거나 번호를 지목해 상대의 특정 리시버를 공략하라는 주문을 한다.


그는 질책으로 선수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 젊은 지도자답게 소통도 주저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로버트랜디 시몬(29)의 요청에 흔쾌히 클럽을 함께 가고, 경직된 분위기를 풀기 위해 선수단과 술잔을 기울이기도 한다. 이름난 선수 출신으로서 후배들의 아픔도 진심을 담아 위로한다. 어깨를 다쳐 수술을 한 주축 세터 이민규(24)에게는 "재활이 훨씬 힘들고 어려운 과정이다. 경쟁 선수에게 주전 자리를 빼앗길까봐 두려움도 클 것이다. 불안하고 무섭겠지만 지나온 과정을 되돌아보며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이다. 김 감독도 현역 시절 크고 작은 부상을 이겨낸 뒤 사령탑으로 일하며 쌓인 스트레스가 더해져 허리 통증에 시달렸다. 결국 지난 2014년 1월 8일 디스크 수술을 했다. 지금도 긴장감 넘치는 경기를 마치고 나면 허리 통증을 호소한다.


◆스트레스와의 전쟁=선수단의 몸 관리는 악착같이 챙기면서도 정작 감독의 건강을 돌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유 감독도 지병인 당뇨를 관리하고 위장과 혈압을 조절하기 위해 꾸준히 약을 먹는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와 늘 경쟁에 몰린 부담감이 낳은 후유증이다. 경기에 대한 고민으로 식사시간도 불규칙해 밤에 폭식을 하거나 지인들을 만나 과음을 하는 경우도 있다. 흡연의 유혹도 쉽사리 끊지 못한다. 10년 넘게 생명보험을 유지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매년 건강검진을 꼼꼼히 한다. 위와 간, 폐 등은 특별히 정밀 검사를 받는다"고 했다. 건강관리를 위해 체육관에 있는 사이클을 타기도 한다. 감독실 구석에 놓인 배드민턴 라켓에서 노력의 흔적이 보이지만 이마저도 시간을 핑계로 "접은 지 오래"라고 했다. 낚시와 등산은 유 감독의 오랜 취미. 그러나 우승 횟수가 늘고 상위권에서 경쟁하는 일이 반복 될수록 개인적인 활동에도 제약이 생긴다.


[대한민국에서 감독으로 산다는 것]"난 자식 많은 엄마다" 김도훈 감독[사진=김현민 기자]


프로축구 인천 유나이티드의 김도훈 감독(46)은 서예를 즐긴다. 집중력을 키우기 위해 시작한 취미가 6년째다. 움직임이 많은 종목 특성상 정적인 일로 기분 전환을 꾀한다. 여행도 그가 찾은 방법이다. 일로써 스트레스와 맞서는 지도자도 있다.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의 서동철 감독(48)이 대표적이다. 그는 십이지장 종양 수술을 하고 지난해 12월 6일 코트에 복귀한 뒤 "선수들을 독려하면서 에너지를 쏟으니 건강이 좋아진 기분이다. 숙소에서 함께하면서 밥도 많이 먹고 집중력도 높아졌다. 감독 체질인 것 같다"고 했다.


감독의 삶은 성적에 따라 언제든 잘릴지 모르는 '파리 목숨'에 비유한다. 그럼에도 이들은 과도한 부담감과 싸우면서 선수단과 호흡하고 경쟁을 이겨내는 일이 행복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재학 감독은 어머니 안연실(80) 씨가 텔레비전으로 아들이 속한 팀을 응원하고 승리하면 함께 기뻐하는 모습에서 만족감을 얻는다. 때론 고충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기도 하지만 열심히 응원하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이 그를 지탱하는 원동력이다. 그는 "우승도 많이 하고 최하위도 경험하면서 20년 가까이 감독으로 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김세영 기자 ksy1236@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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