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시장 규모가 560조원에 이르는 투자일임업을 은행에 허용할 지 여부가 이달 중 결론난다. 투자일임업은 고객에게 투자판단을 위임받아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은행권의 오랜 숙원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3일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요구에 대해 여러 의견을 듣고 있다"면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다음달 출시되므로 이달 중에는 허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금리와 고령화 영향으로 자산관리 수요가 늘어나면서 투자일임 잔고는 2010년 267조원에서 2014년 433조원, 지난해 9월 기준 560조원으로 급성장하고 있다. 은행권은 지속적으로 투자일임업 허용을 요구해 왔으며 수 차례에 걸쳐 금융당국이 검토한 바 있다. 하지만 투자일임업이 허용돼 있는 증권사 등과의 과당경쟁 등 이유로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부가 지난해부터 '국민 재산 늘리기 프로젝트'를 적극 추진하면서 투자자가 어느 금융기관을 이용하더라도 충분한 자산관리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접근성 강화를 강조하고 있어 어느 때보다 은행권의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증권사 지점은 전국적으로 1200여개인 반면 은행 지점 수는 7300여개에 이른다.
갈수록 수익원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는 은행 입장에서는 투자일임업 시장 진입이 절박한 과제다. 특히 '만능통장'으로 불리는 ISA 출시를 앞두고 몸이 달았다. 당초 ISA는 계좌 가입자가 금융상품을 지정하는 방식의 신탁형만 가능했으나 지난달 투자일임형도 가능토록 바뀐 때문이다.
신탁형은 불특정 다수에게 같은 형태로 판매하기 때문에 관련 규정상 적극적인 설명이나 홍보가 불가능한 반면 투자일임형은 편입 상품까지 알려줄 수 있으며 고객 입장에서도 편리하다. 또 신탁법상 은행은 자기은행 상품을 ISA에 편입할 수도 없다. 현재 규정대로라면 ISA가 증권사에 쏠릴 가능성이 큰 셈이다.
금융당국은 안정적인 투자 성향의 은행 고객들을 상대로 투자목적의 위험 상품을 판매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완전판매 우려를 주된 관건으로 보고 있다. 최근 홍콩 H지수 급락으로 인한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문제가 불거진 것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ELS 문제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에 악재가 될 수 있다. 불완전판매 등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은행에서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펀드 등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불완전판매 때문에 안 된다고 할 게 아니라 보완책을 마련하면 된다"면서 "각 은행들이 이미 자산관리 전문성을 크게 강화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고객 입장에서의 편의성을 고려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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