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본질적 업무 위배 여부
-금융투자업계 수익성 훼손 우려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나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융위원회가 은행에 투자일임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재논의하면서 금융투자업계와 은행권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은행은 국민 재산형성 지원, 수익 구조 다변화를 위해서는 투자일임업 진출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금투업계는 은행업의 본질과 금투업의 성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맞선다. 투자일임이란 투자자에게 주식이나 펀드 등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판단의 전부나 일부를 위임받아 금융투자상품을 운용하는 것을 뜻한다.
주요 논란 중 하나는 은행권의 투자일임업 진출이 은행업의 본질적인 특성에 반하는지다. 금투업계는 투자일임업은 고위험ㆍ고수익 금융상품 투자를 권유하는 만큼 예ㆍ적금 위주로 투자해 원금보장을 추구하는 안정적인 성향의 은행 고객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은행이 투자일임업에 진출해 위험 상품을 팔면 고객이 원금보장 상품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결국 은행업의 본질에 반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14년 펀드 판매 점유율은 증권사가 65.5%, 은행이 24.6%인 반면 분쟁 접수 현황은 증권사가 53건, 은행이 99건으로 은행의 분쟁 건수가 훨씬 많다.
반면 은행은 체계적인 자산관리서비스 제공을 통한 국민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기존 예ㆍ적금 위주의 업무에서 벗어나 투자일임업까지 폭넓게 허용해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보험사에는 투자일임업 진출을 허용하면서 은행만 제한하는 것은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자산관리 시장이 치킨게임으로 치달을지 여부도 쟁점이다. 금투업계는 은행의 투자일임업 진출을 허용하면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현재 증권사 지점수는 1239개로 은행 지점수 7536개의 6분의1 수준이다. 은행이 막대한 영업망을 바탕으로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면 투자일임 시장에서 금투업계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미 금투업계에서도 총 339개에 달하는 회사가 투자일임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이다.
은행권은 자산관리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2010년 267조원이었던 투자일임 잔고는 2015년 9월 기준 560조원으로 성장했다. 이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면서 자산관리 시장에서도 다양한 플레이어가 경쟁하며 차별화, 전문화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은행도 저금리 시대에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어 투자일임업에 진출해 수익구조를 다변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냐 시스템 리스크냐를 놓고도 의견이 팽팽하게 맞선다. 은행은 투자일임업 시장을 은행에 개방하면 투자자들에게 보다 다양하고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금투업계에서는 시스템 리스크를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은행이 금융지주 내 계열 증권사를 통해 투자일임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일본은 은행이 투자운용업을 할 수 없다고 명시했다(신탁은행 제외).
신진영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의 시스템 리스크를 차단하기 위해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을 분리해 은행의 자본시장 참여를 제한하는 추세"라며 "국내에서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를 통해 금융 계열사간 시너지 제고가 가능하므로 은행은 계열 금융투자회사를 통해 투자일임업을 영위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