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위작품의 최대 피해자는 작가 본인", "작가는 감정서를 발급하는 기관이 아니다".
이우환 화백(80)이 자신의 작품 위작 의혹과 관련해 두 번째로 말문을 열었다. 2일 이 화백은 위작 논란과 관련 언론에서 가진 의문점들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이 화백의 법률 대리인인 최순영 변호사가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서였다. 이 화백은 지난달 28일 한 와인 행사에서 자신의 와인 라벨 이미지 콜라보 작업을 소개하기 위해 오랜만에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당시엔 위작 논란에 대해 일체 함구한 바 있다.
보도자료에서 이 화백은 기존 보도자료에서도 밝혔듯 위조품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고, 위조품 생산과 유통이 근절돼야 함을 다시 확인시키며 "과거 위작 논란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 위작품이 돌아다닌다는 말을 들었고, 만약 그렇다면 그 최대 피해자는 작가이므로 그 위작품은 작가도 보고 싶다고 인터뷰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일부에서 작가가 직접 작품을 감정했다거나, 이 같은 위작 사태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데 대해 이 화백은 "위작품의 최대 피해자는 작가 본인인데 작가가 어떻게 이러한 사태를 만들 수가 있나? 도대체 작가가 어떻게 사태를 만들었다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혀 주길 바란다"고 했다.
미술품감정협회와의 갈등 끝에 작가가 직접 감정을 했다는 소문에 대해서도 "전혀 모르는 일이다. 오히려 감정협회에서 몇 년전부터 자기들이 보기 어려운 것이 몇 점 있다고 하며 작품을 보여 주고 싶다고 해서, 감정협회를 도와주기 위해 그것을 몇 번 봐 준 일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위작 논란과 관련한 그림이 유통된 갤러리현대와 공간화랑에 감정 권한을 주었는지에 대해선 "국내에 없을 때, 감정협회에서 감정을 하기 힘들다고 해서 작품을 30년 가까이 취급해 온 두 화랑에게 대신 감정을 하여 소장가들의 편의를 봐 줄 수 있도록 위임장을 써준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이 화백은 "감정협회와 일부 소장가들이 부탁해서 선의로 몇 차례에 걸쳐 작품을 보고 확인해 주었을 뿐"이라며 "작가는 감정서를 발급하는 기관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우환 화백은 그동안 지난 수년 동안 직접 확인해 준 작품 수가 "수십점 정도로 기억된다"며 "선의로 그때 그때 보고 확인해 준 것이기 때문에 확인해 준 작품에 대한 별도의 리스트를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 가짜라고 논란이 되고 있는 작품들은 작가의 손을 떠난지 30-40년 전의 것들이고, 그 이후 그 작품들이 어떤 경로로 어디에 있었는지 작가로서는 알 수가 없다"며 "경찰에서 수사협조 요청을 아직까지 받은 적은 없지만, 위작품으로 위심되는 작품에 대하여 봐달라는 등의 요청이 오면 성심껏 봐줄 것"이라고 했다.
위조된 감정서가 붙어 논란의 중심이 된 작품은 ‘점으로부터 No. 780217’다. 지난해 12월 K옥션 경매에서 4억9000만원에 낙찰됐다. 현재 이 작품을 포함해 위작으로 의심되는 그림 십여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맡겨져 진위 여부에 대한 분석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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