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물량 줄고 유럽 저가 공세…올 1월 해외수주액 38%↓
경제 제재 풀린 이란 시장…1000억달러 인프라 특수 기대
테헤란에 지사설립·인원확충…정부도 시스템 등 지원사격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저유가 장기화로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가 급감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재정이 어려워진 중동의 발주가 크게 감소한 데다 미국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 국가들도 물량 조절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경제 제재가 풀린 이란 시장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은 지난 달 해외시장에서 29억3592만 달러를 수주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8% 줄어든 수치다. 국내 건설사들의 아시아 지역 수주는 9억9949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9% 급감했다. 중남미 지역에서도 5억8902만 달러를 수주해 전년 대비 77% 줄었다. 중동 지역의 수주액은 6528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늘었지만 과거에 비해 규모가 크게 줄었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지역의 발주 물량이 줄어든 데다 유럽 업체들이 우리보다 더 저가로 입찰에 나설 정도로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이라며 "국내 건설사들이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중점을 둔 것도 수주액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정부와 업계는 다시 문이 열린 이란 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이란은 경제 재건을 위해 연간 최대 1000억 달러가 넘는 각종 인프라 공사를 쏟아낼 예정이다. 중동 최대 건설 시장인 사우디아라비아와 맞먹는 규모다. 국내 건설사들은 이란 특수를 누리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대림산업은 테헤란 지사에 상주하는 5명의 직원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발주처 동향 파악에 나섰다. 현지인 직원 1명으로 사무실만 운영했던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지사장을 포함한 국내 직원 2명을 현지에 급파했다. 본사 글로벌마케팅본부 내에도 이란 담당자를 임명했다.
GS건설은 2014년부터 영업을 담당하는 직원을 테헤란 지사로 보낸 데 이어 지난해 핵협상 타결 이후 분위기가 개선되자 지사장까지 보냈다. 과거 이란 수주 경력이 없는 SK건설도 상반기 중 테헤란에 지사를 설립하고 수주전에 뛰어든다. 강점을 갖고 있는 화공 플랜트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
정부도 지원 사격에 나서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달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무역·투자 결제를 위한 시스템과 건설 시장 진출 방안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그러나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과거 중동에서와 같이 국내 업체 간 과당 경쟁을 피하고 분야별 강점을 살려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조언한다. 또 단순 도급 사업에 그치지 말고 금융 조달을 핵심으로 경쟁력 있는 사업을 먼저 제안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김민형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기업 뿐 아니라 중국, 일본, 이탈리아 등도 이란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며 "물량 확보에 치중해 저가로 수주했다 손실을 봤던 과거 사례를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에 대한 조치 등 계약 관리도 꼼꼼히 살피고 국내·외 기업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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