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속수무책' 일베리스크로 몸살 앓는 기업들

시계아이콘02분 04초 소요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뉴스듣기 글자크기

'속수무책' 일베리스크로 몸살 앓는 기업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AD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이미 인터넷에 배포된 일베 이미지가 너무 많아요. 이후 이미지가 재생산되는 속도가 빨라서 대응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최근 일베로 인해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은 식품 업체 관계자의 말이다. 이 업체는 극우성향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이하 일베)의 이용자들이 악의적으로 만든 합성 이미지가 한 지점의 홍보용 전단지에 사용되면서 구설수에 올랐다.


기업들이 '일베리스크(risk)'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베회원들이 전 대통령들을 비하하는 내용을 정교하게 숨겨놓은 로고 이미지를 사용하거나 일베에서 통용되는 말들을 인터넷 유행어인 줄 알고 함부로 썼다가 세간의 비난을 받는 것이다. 이로 인해 브랜드 이미지가 하락하거나 불매운동으로 매출에 타격을 입는 등 심각한 피해가 예상된다. 심지어 공들여 출시한 제품이 존폐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일베는 그동안 여성이나 특정 지역, 진보 성향의 전 대통령들에 대한 비하 등 극단적 정치 성향과 자극적인 표현으로 인해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일베 회원들은 자신들이 비난과 기피의 대상이 되자 역공에 나섰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짜 로고 만들기다. 그래픽 디자이너 등이 고화질 이미지를 구글 등 포털에서 검색한다는 점을 이용해 자신들이 만든 합성 이미지가 우선 검색되도록 함정을 판다.


일베회원들은 인터넷상에 자신들의 합성이미지가 더 많이 노출되도록 하기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인다. 이른바 '화력 지원'이다. 댓글창에 키워드를 입력하거나 검색최적화(SEO)를 하는 등 수법이 다양하다. 일베회원은 합성 이미지가 사용된 기업, 기관의 홈페이지나 제품을 발견하면 인증 캡쳐와 함께 자축 게시글을 올리기도 한다.


'속수무책' 일베리스크로 몸살 앓는 기업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한 치킨 프랜차이즈는 일베리스크로 인해 지난 6개월간 수차례 고초를 겪어야 했다. 지점 전단지 로고에 '해피초이스(Happy Choice)'라는 원래 문구 대신 '해피무현(Happy Muhyun)'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해피무현'은 일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할 때 쓰이는 용어다. 지난해에는 이 회사의 페이스북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치킨 다리를 들고 있는 이미지가 들어간 채용공고가 올라와 네티즌이 불매운동까지 펼쳤다.


업체 측은 "해당 로고는 본사가 제공한 정식로고가 아니었다"며 "해당 지점 판촉물 제작업체가 구글에서 변형된 네네치킨 로고를 다운로드 받아 사용했고, 변형된 로고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속수무책' 일베리스크로 몸살 앓는 기업들


방송사들도 일베로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외부 자료를 활용할 때가 잦은 교양·보도 프로그램의 특성상 일베의 합성 이미지를 사용할 위험이 늘 존재한다.


지난해 7월 방송된 SBS '8 뉴스'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선거 운동 기간 인터넷 실명 합헌 결정' 관련 보도를 했다. 이 과정에서 SBS는 헌법재판소 정식 심볼 대신 일베 회원들이 자신들을 상징하는 'ㅇㅂ'에 'ㅂ'을 포함해 합성한 심볼이 화면에 등장했다. 하지만 공식 사과를 한 이후에도 비슷한 사례가 또 발생해 "디자인 하청업체나 직원중에 일베인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SBS는 자체 이미지 데이터베이스를 강화하고 엄격한 검증 절차를 거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BC에서도 같은해 5월 '뉴스데스크'에서 '월드컵 2차 예선, 쿠웨이트-레바논과 한 조 중동 원정 고비'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러시아 월드컵 트로피의 엠블럼을 잘못 사용해 논란이 됐다.


'속수무책' 일베리스크로 몸살 앓는 기업들 이터널클래시 게임화면


일베로 인해 인력 관리도 힘들다. 지난 9일 게임업체 벌키트리 김세권 대표는 일베게임 논란으로 대표이사직을 사퇴했다. 벌키트리가 개발하고 네시삼십삼분이 유통한 게임 '이터널클래시'는 게임 챕터에 '4-19 반란진압' '5-18 폭동' '5-23 산자와 죽은자'라는 부제를 달아 일베논란에 휩싸였다. 이 부제는 일베에서 4·19 혁명, 5·18 민주화 운동, 노무현 대통령 서거일을 비하하는 표현이다. 해당 게임의 시나리오 및 텍스트 담당자는 논란 직후 퇴사 처리 됐지만, 평점이 2점대로 추락하는 등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일베직원 논란이 일자 재빠르게 수습에 나섰다. 지난 21일 "최근 온라인게임 블레스 GM(게임운영자)을 담당하기에 부적절한 행동을 한 직원이 있다는 제보가 접수됐다"며 "발생 가능한 문제들을 사전에 예방하고 가능성 있는 일부 인원들에 대해서는 GM업무로부터 교체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들은 일베논란으로 몸살을 겪지만 일일이 확인하는 작업이나 책임자 처벌 외에 확실한 해결책이 없는 실정이다. 악의적인 장난이지만 고의라는 걸 입증하긴 어렵다는 의미다.


법조계 관계자는 "(기업이 손해배상청구를 하려고 해도) 고유과실을 따지기가 어렵다"며 "일베로고 유포자가 악의적으로 로고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증명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또 기업이 일베로 인해 구체적으로 어떤 손실을 입었는 지 따지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