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바야흐로 '기름보다 물이 비싼 시대'다. 각국 기업과 정부들은 이제 기름보다도 귀한 몸이 된 '물' 관리 방안에 고심하고 있다.
일본 전자기업 소니는 반도체 관련 해외 거래처나 주요 거래처 10개사를 대상으로 올해부터 '물 절약목표' 설정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소니는 지난해부터 담당자를 국내외 거래처에 파견, 물 공급 상황과 폐수 관리ㆍ물 사용량 등을 조사하도록 했다.
소니는 일단 거래처에 물 사용량을 매년 1% 줄이도록 요구하고, 자신들의 물 절약 노하우도 전수한다는 계획이다. 소니는 폐수를 재활용하고 빗물을 회수해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물 사용량을 60%나 줄였다. 소니는 과거에도 환경보호와 관련해 거래처에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을 요구한 바 있지만, 물 절약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전했다.
음료 회사인 기린홀딩스는 스리랑카에 위치한 거래처들에게 수질관리 인증자격을 취득하도록 했다. 기린홀딩스의 주력음료인 '오후의 홍차'는 거의 스리랑카산 찻잎으로 만든다. 자격 취득에 필요한 연수 비용은 기린홀딩스가 부담키로 했다. 오는 2017년까지 스리랑카 내 거래처의 90% 이상이 인증을 취득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요코하마 고무는 천연고무를 사들이는 태국ㆍ인도네시아 거래처를 대상으로 폐수처리와 물 재활용 현황 등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거래처 공급망 전체적으로 사용하는 물의 양이 본사의 65배에 달하는 만큼, 조사 결과를 거래처 선별에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일본 기업만이 아니다. 기업의 물 관리는 이미 세계 투자자들의 투자 판단에도 활용되고 있다. 세계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위임을 받아 운영되는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는 매년 세계 기업의 물 사용량 감소와 가뭄 대비책 등을 조사ㆍ평가하고 있다.
정부들도 물관리에 나섰다. 갠지스강의 심각한 수질 오염 문제를 고심하던 인도 정부는 강 주변의 공장 150개를 폐쇄토록 하는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인도 NDTV에 따르면 인도 환경부는 오염물 배출 연중무휴 감시 시스템(OCEMS)을 설치하지 않은 설탕ㆍ피혁 공장 등 갠지스강 주변 기업 150여곳에 대해 폐쇄 명령을 내렸다. 갠지스강 주변에서 오염물을 배출중인 공장 764곳 중 514곳이 이미 이 시스템을 설치했으며, 94곳이 설치 중이다.
4년째 심각한 가뭄이 계속되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수자원 관리위원회는 물 손실 관리를 위한 시스템 마련을 위해 2년간 320만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절대적인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새나가는 물 잡기에 나선 것이다.
캘리포니아 주 정부는 지난해 4월 산하의 카운티ㆍ시 정부에 물 사용량을 25% 이상 감축하는 '강제 절수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초기에는 주민들의 협조로 절수 목표가 잘 지켜졌다. 하지만 지난해 10월과 11월에는 물사용량 감소 목표 달성률이 각각 22%, 20%를 기록하며 목표치인 25%를 하회했다. 결국 캘리포니아 당국은 새로운 물 관리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캘리포니아 일부 지역에서는 빗물을 지하에 저장하는 방안도 시행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15일 스콧 밸리 지구에 겨울과 봄에 빗물을 받아 지하에 저장할 수 있도록 임시 지하수 저장을 허가했다. 올해 엘니뇨로 강우량이 전년 대비 많아질 것이라는 예상에서다. 이를 통해 약 5400에이커피트에 달하는 물 모아 농업용수로 활용한다는 한다는 계획이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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