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 조영주 기자]새해 첫 달부터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무려 13개월 연속 수출 뒷걸음질이 확실시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에서 5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이 좀처럼 회복조짐을 보이지 않자,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대로라면 수출침체가 장기화하며 잠재성장률 하락과 저성장 고착화가 불가피하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1∼20일을 기준으로 한 통관실적 수출액은 222억82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9% 줄었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208억6100만달러로 18.1% 감소했다.
한국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수출은 지난해 1월 마이너스로 돌아선 후 감소세를 이어오고 있다. 월별 수출액(전년 동월 대비)은 지난해 10월 -16.0%로 최저치를 기록했고, 지난달 13.8%나 급감했다. 이달에도 10%대 감소세가 예상된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 석유화학,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품목 대다수가 부진을 나타내고 있다. 이 같은 수출 감소세는 국제유가 하락과 중국 성장둔화, 1월 조업일수 감소 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휴대폰과 반도체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력제품 수출이 모두 부진한 상황"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제유가 하락은 석유화학 및 석유제품의 수출단가 하락으로 이어져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이달 조업일수는 22.5일로 지난해 1월(23.5일)보다 하루 적다. 조업일수가 하루 줄어들면 수출액에 4∼5% 감소 영향을 주는 것으로 추산된다.
문제는 이 같은 수출 부진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수출은 2012년 이후 3년 만에 감소(-7.9%)했다. 월별 기준으로는 작년 1월부터 줄곧 마이너스다. 1월도 두 자릿수 마이너스가 확실시되고 있다. 정부는 올해 연간 기준으로 수출이 2%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G2 리스크를 안고가야하는 현 상황은 만만치 않다.
정부가 목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3.1% 달성을 위해서는 수출 회복이 관건이다. 새 경제팀 수장인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후 첫방문지를 평택항으로 삼은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전임자인 최경환 전 부총리가 일본(-9.5%), 독일(-11.6%), 프랑스(-13.6%)의 예를 들며 "글로벌 교역부진에도 상대적으로 우리 수출이 선방했다"고 평가했던 것과 달리, 경제정책의 중심을 '내수와 민생'에서 '수출'로 전환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우리 수출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열악함을 시사한다. 기저효과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저유가와 중국 성장둔화, 미국 금리인상 등 대내외 리스크가 겹겹이 쌓여있다. 조선ㆍ철강 등 그간 한국 수출을 견인해온 주력산업도 구조조정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저유가 지속으로 수출 단가가 낮아지는데다 소비심리도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은 최근 '국제석유시장 여건과 저유가의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올해 국제유가가 연평균 기준 전년(52달러) 대비 20%이상 하락한 배럴당 40달러 내외수준으로 낮아질 수 있다며 저유가 추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이 7%대 성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인지도 관건이다. 중국의 지난해 GDP 성장률은 6.9%에 그치며 연간성장률 기준으로 1990년(3.8%) 이후 25년만에 7%대가 무너졌다. 이는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큰 우리나라 무역에 직격탄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연초부터 중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중국경제가 위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동조화 현상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과 이로 인한 신흥국 경제불안도 대표적 변수로 꼽힌다.
수출 부진은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체질을 약화시키고 경제성장률 하락으로 직결된다. 최경환 전 부총리는 퇴임 전 "수출이 조금만 받쳐줬다면 경제성장률이 연 3%대 후반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수출증가율을 0.9%로 내다봤다. LG경제연구원은 0.7%, 현대경제연구원은 3.9% 등이다. 마이너스 성장이었던 전년 대비로는 개선되나, 여전히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출부진이 장기화 되면 잠재성장률까지 떨어질 수 있다. 잠재성장률은 가용한 자본, 노동 등 생산요소를 모두 사용했을 때 물가상승 등 공급애로를 겪지 않고 생산할 수 있는 최대 생산증가율을 말한다.
한국은행은 2018년까지 잠재성장률을 3.0~3.2% 수준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수출부진이 한계산업의 구조조정을 가속화 시키고, 수출경쟁력까지 급속히 떨어뜨리게 되면 고령화와 투자 부진 등 사회ㆍ경제구조적 문제와 맞물려 잠재성장률 하락이 가속화 될 가능성이 크다. 순식간에 '저성장의 늪'에 빨려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경제연구기관들은 앞으로 10년 내에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이 올해부터 2%대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2026년에 비관적 시나리오가 실현되면, 1%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26∼2030년 잠재성장률이 1.8%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고, LG경제연구원도 2020∼2030년 잠재성장률을 1.7%로 분석했다.
김천구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재성장률 하락 요인으로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노동투입 증가율의 둔화, 투자 위축, 총요소생산성의 하락 등을 꼽을 수 있다"면서 "이대로라면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고착화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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