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대열 기자]공급이 늘면서 지난해 하반기 접어들면서 다소 주춤했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월세가격이 새해 들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재건축 등으로 전세수요가 한창 늘어난 가운데 여전히 전세매물을 구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봄 이사철을 앞뒀으나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아 일찌감치 월세로 눈을 돌린 세입자도 적잖은 분위기다. 새해 들어서도 전세 부동산 거래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서울, 나아가 수도권 전반에 걸쳐 부동산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강남구ㆍ서초구ㆍ송파구 이른바 강남3구에서는 월세가 전체 주택임대차 거래의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번달 들어 강남3구 내 아파트 임대차 거래는 2423건(22일 기준)인데 월세가 1065건으로 집계됐다.
이 지역 내 다른 부동산 거래동향과 비교하면 월세 강세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내달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벌써부터 매매심리가 가라앉은 점을 반영하듯, 이 지역 내 하루 평균 부동산 매매건수는 1년 전보다 50여건 적은 276건 정도에 불과하다. 주택임대차 거래 역시 지난해 1월에는 하루에 190여건이 거래됐으나 올 들어서는 30건 정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강남구 D공인 관계자는 "깡통전세에 대해 부담을 갖는 세입자가 보증금을 다소 낮추면서 월세로 전환하거나 전세 재계약 시점에 맞춰 인근 시세가 오른 만큼을 따져 준전세로 바뀌는 집이 늘었다"고 말했다.
저금리 등으로 집주인의 전세기피 현상이 지난해부터 본격화하면서 월세로 돌아서는 집이 늘었다. 이에 임대차시장에서 월세로 나온 집이 늘어 상대적으로 월세시세는 안정세를 유지하거나 일부 단지에서는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초구 평균 월세가격은 지난해 12월 136만4000원으로 같은 해 7월과 비교해 2만원 정도 오르는 데 그쳤다.
강남구나 송파구에서는 지난해 11월에서 12월로 넘어가면서 평균 가격이 다소 하락했다. 그러나 최근 강남권 내 재건축을 추진중인 단지 상당수가 사업에 속도를 내는 등 이주수요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면서 찾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월세시세도 다시 반등할 것으로 현지 부동산업계는 보고 있다.
서초구 한 공인 관계자는 "과거 전세를 구하다 찾지 못해 월세로 돌아서는 일이 많았다면 이제는 처음부터 월세를 염두에 두고 집을 보는 사람이 많다"며 "전셋값이 오르는 만큼 월세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84㎡ 보증금 3억5000만원짜리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연초에는 40만~55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인근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보증금을 이 정도 수준에서 맞춘다면 최근 들어선 40만원대 월세를 내놓는 일이 거의 없으며 6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일도 빈번해졌다고 한다. 이 같은 월세가격 변화양상이 꾸준히 이어질지는 올 하반기까지 추이를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봤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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