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단지 집상태·거주기간 따라 월 20만~80만원
개포 주공 2·3단지 등 재건축 이주 수요에 매물 동나
"시간 지날수록 월세 싸질 것"…2~6개월짜리 전대도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 "개포 주공아파트 1·4단지는 집 상태에 따라 보증금 500만~5000만원에 월 20만~80만원까지 다양합니다. 재건축 추진 상황에 따라 거주 기간이 달라지기 때문에 얼마나 살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인근 개포 주공 2·3단지가 이주하면서 전·월세 매물이 많이 줄었습니다."(서울 개포동 B공인 대표)
23일 찾은 서울 강남 재건축 단지의 전·월세 가격은 집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서울에선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낮은 가격에 매물들이 나와 있지만 재건축을 앞두고 있어 거주 환경은 열악했다. 대단지 아파트가 장기간 방치돼 유리창이 깨지거나 낙서가 그려진 곳도 눈에 띄었다.
그럼에도 싼 집을 구하기 위한 세입자들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한다. 한파가 몰아친 계절적 비수기에다 가계대출 규제 등의 여파로 개포 주공 일대에선 올 들어 3건의 매매 거래 밖에 이뤄지지 않았지만, 전·월세 거래는 45건이나 이뤄졌다. 특히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건축 이주 수요에 매물이 동났다.
개포 주공 4단지 인근 A공인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는 평형보다 내부 수리가 돼 있는지, 얼마나 오래 살 수 있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면서 "(개포 주공) 4단지는 지하철이랑 가깝지만 1년 밖에 살 수 없어 내부 상태가 좋은 게 월세 50만원 안팎이고 2년 정도 살 수 있는 1단지는 이보다 조금 비싸다"고 말했다.
집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20만~30만원에도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싼 매물도 있지만 중개에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청소가 잘 되지 않는 등 위생 상태가 엉망인 곳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주를 위해 목돈이 필요한 집주인들이 전세를 원하는 경우도 눈에 띄었다.
전·월세 가격이 싸고 변수가 많은 재건축 단지인 만큼 전대(세입자가 또 다시 세를 놓는 방식)도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A공인 관계자는 "주로 급하게 집을 구한 사람들이 시세보다 싼 가격에 2~6개월 정도 전대를 놓는다"면서 "전대를 잘못하면 보증금을 떼이거나 쫓겨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변수가 많은 재건축 단지들은 법적 절차가 진행될수록 전·월세 가격이 하락한다고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전했다. D공인 대표는 "이주 직전인 관리처분 단계에 이르면 전·월세 가격은 뚝 떨어질 것"이라며 "집주인들은 한 달이라도 월세를 더 받고 싶어 하고 세입자들은 싼 가격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민찬 기자 leem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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